말라리아 치료제와 항생제 조합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아지트로마이신’이 심장 관련 사망률을 대폭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와 관련해 극찬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앞서 의료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위험성이 확인된 셈이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 데이터 연구 컨소시엄 OHDSI는 10일(현지시각) 의학저널 medRxiv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한국에서는 박래웅 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 교수가 이 연구에 참여했다. 현 연구는 아직 논문 심사(peer review) 단계를 거치고 있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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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단독 사용됐을 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아지트로마이신이 병용 투여됐을 때 등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독일과 일본,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미국의 전자 의료 데이터 등을 활용했다. 특정 기간동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단독 투여한 세계 환자군 100만명 이상,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아지트로마이신과 병용 투여한 환자군 30만명 이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연구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단독으로 단기간 사용했을 때는 큰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대신 처방되기도 하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설퍼살라진’을 처방받은 환자군과 비교 분석한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단기간 단독으로 투여받은 환자군에서 큰 부작용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장기간 복용한 환자군에서는 심혈관 사망 확률이 올라간다는 점을 확인했다.

문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아지트로마이신 병용 투여 결과다. 단기간만 사용해도 심장 관련 부작용이 클 뿐 아니라 사망 확률이 대폭 높아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을 함께 사용하면 코로나19 사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연구진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아지트로마이신 조합을 투여받은 환자군과 아지트로마이신 대신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통상 함께 처방되는 아목시실린을 투여받은 환자군을 비교했다. 그 결과 단기간이라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아지트로마이신 조합이 병용 투여될 경우 흉통과 협심증, 심부전, 심혈관 등 심장 관련 사망률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아지트로마이신을 투여받은 일부 환자는 현재 심각한 심장 이상 증세를 나타냈다. 프랑스 식약처(ANSM)는 클로로퀸을 투여받은 환자 43명에게서 심장 발작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11일(현지시각) 발표했다. ANSM은 "초기 연구결과 클로로퀸을 투여받은 코로나19 환자에게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약은 병원에서 엄중한 의학 관찰 아래 사용돼야만 한다"고 경고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