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미국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미국과 친분을 강조하며 자금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년 5억달러(약 6000억원)에 달하는 WHO 지원금과 관련한 입장을 조만간 발표하는 데 따른 것으로 거대 자본 앞에 WHO가 무릎을 꿇는 모양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WHO의 가장 큰 기여국이다"라며 "우리 관계는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가 WHO 지원금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안으로 WHO 자금 지원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0일 "WHO에 매년 5억 달러(약 6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온 문제와 관련해 이번 주에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말했다.

./WHO 유튜브 캡처
./WHO 유튜브 캡처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7일 미국 결정에 WHO가 동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WHO의 모든 일이 중국 중심적이다"라며 "미국이 무엇을 위해 WHO에 자금을 지원하는지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미국의 중국 여행금지 조치 결정에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WHO는 1월 30일 코로나19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중국 여행 제한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WHO 권고와 반대로 움직였다. 미국은 같은 날 중국 전역에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코로나19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더 많은 시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정치 쟁점화를 삼가야 한다"고 받아치면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듯 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