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O를 두자] ①한국 기업 '컨트롤타워'가 없다

디지털 전환은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화’ 단계를 넘어 조직 문화 혁신으로 이어진다.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사업 방향을 정하는 식이다. 제조·금융·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디지털 전환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디지털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 아이클릭아트 제공
. / 아이클릭아트 제공
디지털 전환은 기업 성장 동력

디지털 전환은 생산성 향상 핵심이다. 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이룬 기업 가운데 56%가 디지털 전환이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 성장을 위해선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IT 컨설팅업체 페이스 하몬 관계자는 "2020년 IT 리더들은 수집된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러한 혁신은 기업에 선취 이점을 제공할 것이다"고 밝혔다.

고동현 BCG 파트너는 ‘디지털 전환 2020 전망 토크쇼’에 참석해 "디지털 전환이 글로벌 전 산업 근간을 송두리째 흔든다. 스타벅스는 고객 주문 자동화로 매출의 15%를 올렸으며 유니레버는 인력 채용 자동화로 관련 업무 시간을 75% 줄였다"며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하는 경쟁력이 크기에 이러한 흐름에 뛰어들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도 필수

디지털 전환은 대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과거와 비교해 디지털화 장벽도 낮아졌다. 기술 도입 비용이 낮아지고, 편리한 플랫폼이 늘어난 덕분이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중소기업 수가 증가하는 추세일 뿐만 아니라 그 중요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도 속속 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보고서를 통해 규모가 작은 기업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 활용 여부에 따라 선도기업과 후발주자 간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에 후발주자들이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은 새로운 플랫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기존에 접촉하지 못했던 소비자와 소통하고 거래량을 확대할 수 있다.

유럽 주요 5개국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현황. / 중소기업연구원 제공
유럽 주요 5개국 중소기업의 디지털화 현황. / 중소기업연구원 제공
독일 재건은행(KfW)도 디지털 전환 중요성을 밝혔다. 5개국 기관과 함께한 조사를 통해 디지털화에 적극적인 기업이 더 많은 투자와 수출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프랑스·독일·폴란드·스페인·영국 등 5개 국가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디지털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 정부도 이같은 흐름을 읽고 관련 정책 추진에 나섰다. 소상공인과 창업벤처기업 등을 지원해 신성장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를 위해 올해 13조4000억원의 역대 최대 예산을 편성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20년은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코리아를 구축해 디지털 경제로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라"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 움직임도 확대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AI·로봇 등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삼성전자·LG전자가 대표적이다. 각각 AI 전담 부서를 확대하고 기술을 접목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연구개발 인력을 10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우수 인재와 기술을 확보를 위해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지에 AI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LG전자도 2017년 2017년 CTO부문 산하에 소프트웨어센터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신설하고 AI 관련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CES 2020에서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시대, 디지털 전환같은 능동적 대응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디지털 전환은 변화와 성장, 즉 ‘지속가능한 성장의 초석’이다"고 강조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