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청이 이른바 n번방 사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로 추정되는 명단을 구청 홈페이지에 게재해 논란이다. 피해자들의 2차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송파구청은 개인정보 처리자로서 법적 절차에 따라 시행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일각에서는 송파구청 주장과 달리 법적 절차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적 문제가 없었는지 내사에 들어갔다.

송파구청이 위례동 주민센터 ‘우리동 소식'에 게재한 피해자 명단 공고. / 송파구청 홈페이지 갈무리
송파구청이 위례동 주민센터 ‘우리동 소식'에 게재한 피해자 명단 공고. / 송파구청 홈페이지 갈무리
조주빈 공범 최씨, 송파구 주민센터에서 피해자 개인정보 접근

발단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인 사회복무요원 최모 씨다. 최 씨는 서울시 송파구 위례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면서 불법으로 특정인과 동거 가족 개인정보를 빼내 조주빈에게 넘겼다.

최 씨가 건낸 정보는 유명 여배우 A씨, 방송사 여성 아나운서 B씨, 미성년자인 아역 배우 C양 등의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 등으로 알려졌다. 해당 등·초본은 현 거주지와 과거 주소지, 동거 가족을 포함한 주민등록번호 등을 모두 담고 있다.

또 최 씨는 피해자 3명과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 여러 명도 조회했다. 여기에 일반 시민 183명의 정보도 함께 조회했던 걸로 알려졌다. 다행히 183명의 개인정보는 조주빈에게 넘어가지 않았다.

송파구청은 이에 최 씨가 1월부터 6월까지 불법 조회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00여명의 명단을 6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송파구민뿐 아니라 타 지역 피해자도 포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34조1항에 근거, 개인정보 유출을 아는 날부터 피해자에 이같은 사실을 알릴 의무가 발생한다는 이유다.

송파구청이 위례동 주민센터 동주민 소식 게시판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보주체(개인) 명단 공고 이름으로 올린 게시물에는 개인정보 유출 시점과 경위, 유출 항목, 개인정보 처리자의 대응 조치 등 세부 내용이 담겼다. 피해자 명단도 별첨으로 게재했다. 마지막 글자가 별표로 처리된 피해자 이름과 유출 일시, 출생 연도, 소재지, 성별 등을 포함한 정보다.

송파구청 ‘법적 문제 없다’지만…경찰은 내사 착수

송파구청의 이같은 명단 공개가 14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2차 피해 논란이 일었다. 송파구청은 이에 피해자 명단을 공개한 게시물은 삭제하면서도 법대로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송파구청 측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 해당 사실을 개별로 알리고 싶어도 주민센터가 피해자 전화번호나 주소지 등을 파악하고자 임의로 열람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돼 명단을 공개했다"며 "공고한 정보로는 개인을 특정하기 어렵기에 2차 피해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송파구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명 특정인을 유추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예를 들어 해당 명단에는 ‘손석*’, ‘윤장*’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조주빈이 언급한 손석희 JTBC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송파구청 대응에 법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송파구청은 권한 없는 개인정보 조회도 유출이기에 (피해자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명단을 공개했다고 하지만 실무적인 경우 법에서 이런 상황을 유출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프라이버시 관점에서 개인정보 유출뿐 아니라 추가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서 명단 공개 여부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피해자 명단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유출 피해 확인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해 피해자가 유출 사실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왔다.

경찰은 이같은 논란에 송파구청 피해자 명단 게시와 관련 내사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해당 명단 공개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사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신상 공개 등의 2차 가해 행위를 중대 범죄 행위로 보고 사법 처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