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찬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특별한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프랑스 연구진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180명 이상을 대상으로 인체 임상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냈다.

./픽사베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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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험은 프랑스 전역 병원·연구소 12곳에서 실시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 180여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처방하고 다른 한쪽에는 처방하지 않는 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양쪽 환자의 사망률과 중환자실 입원 비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84명 환자 중 20.2%는 중환자실에 입원하거나 투약 후 7일 내 사망했다. 복용하지 않은 97명 그룹에서는 22.1%가 중환자실로 이동했거나 숨졌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투여된 그룹 사망률은 2.8%, 투여하지 않은 환자 사망률은 4.6%를 기록했다. 통계적으로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 셈이다.

연구진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중환자실 이송 확률 또는 사망 확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없다"며 "코로나19 증상 중 하나인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증상 또한 좋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치료제를 사용하면 코로나19 사태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5일 백악관에서 이뤄진 코로나19 TF 언론 브리핑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당분간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는 것을 장려할 것임을 시사하며 이를 ‘게임체인저’ 또는 ‘신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SCMP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진행된 이번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임상은 코로나19 환자만 대상으로 한 가장 큰 규모 실험이다. 그간 세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환자 수십명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기존 면역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클로로퀸 임상이 진행돼 왔다.

관련 연구들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에게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결과가 계속 나온다. 앞서 프랑스 식약처 ANSM은 클로로퀸을 투여받은 환자 43명이 심장 발작이 나타내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브라질에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약한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심장 이상 증세가 나타나면서 관련 임상을 중단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