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관리 앱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의 모습
백현지 PR매니저가 바라본 8주 간의 재택근무 체험
성과 중심의 업무문화…언제, 어디서 일하든 결과만으로 ‘OK’

"잠깐 줌(ZOOM) 할까요?"

회의실 회의 대신 화상회의가 익숙해진 동료들 사이에 자주 쓰는 말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한 지 어느덧 8주차다. 드라마앤컴퍼니(이하 드라마) 동료들은 그 누구도 재택근무가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그럼에도 기대보다 더 훌륭하게 재택근무를 만끽(?)하고 있다.

 백현지 드라마앤컴퍼니 매니저. / 드라마앤컴퍼니 제공
백현지 드라마앤컴퍼니 매니저. / 드라마앤컴퍼니 제공
동료들은 출·퇴근이나 근무시간을 체크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집중 근무하고 정보 공유도 더 활발히 한다. 창립이래 재택근무를 처음 도입하는 것인데 괜찮을까 했던 초반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다.

나름의 재택근무 성공 비결을 요약하자면 ‘성과 중심의 업무 문화'다. 각 조직원에게 적절한 목표가 주어졌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지만 확인한다면 어디서, 어떻게 일하든 신경쓸 필요가 없다. 다행히 드라마는 원래도 성과 중심의 업무 문화가 잘 갖춰져 있었다. 재택 근무 시행 여부가 회사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이유다.

업무시작 30분 전 일어나 서재로 출근하는 일, 쌩얼에 안경만 쓰고 참석하는 화상회의가 익숙해질 즈음 궁금해졌다. 재택근무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재택근무 시행으로 인해 조용해 진 드라마앤컴퍼니 사무실 모습. / 드라마앤컴퍼니 제공
재택근무 시행으로 인해 조용해 진 드라마앤컴퍼니 사무실 모습. / 드라마앤컴퍼니 제공
난이도 하(下) 제휴업체 미팅

재택근무 도입 후 외부 업체와 미팅, 인터뷰는 대부분 화상으로 진행했다. 리멤버 커뮤니티에서 진행할 이벤트를 위한 외부 업체 미팅 역시 영상으로 이뤄졌다. 처음엔 걱정을 했다. 다행히 큰 부작용은 없었다. 오히려 화상 회의기 때문에 미팅일정을 빠르게 정할 수 있었다.

초면이지만 화상으로 의견을 나누는 데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명함 교환은 국민 명함앱 ‘리멤버'로 하면 충분하다. 가감없는 제안과 아이디어가 오갔다.

그 결과 ‘리멤버 커뮤니티' 참여자들에게 청소연구소 1만원권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는 최초의 화상 미팅일인 4월 2일로부터 약 2주 후인 4월 16일에 오픈할 수 있었다.

난이도 중(中) 랜선 회식

코로나19로 재택이 연장되면서 각자의 공간에서 일하며 서로의 ‘생존확인'을 하고 싶은 열망이 커져갔다. 그래서 ‘힙한' IT기업의 상징 랜선 회식을 드라마앤컴퍼니만의 문화로 소화했다. 매달 전사가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과 ‘회식’을 합친 형태로 열었다.

 랜선회식에 참여한 모습. / 드라마앤컴퍼니 제공
랜선회식에 참여한 모습. / 드라마앤컴퍼니 제공
오후 5시 랜선회식 시작을 앞두고 협업툴에는 비장한 긴장감이 돌았다. 재택 중인 동료들은 법인카드로 3만원 한도 내에서 음식을 시켰다. 치킨과 피자가 압도적으로 인기였다. 맥주, 소주 그리고 와인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술을 준비했다. 그리고 줌(Zoom)에 접속했다.

랜선 회식은 아래 순서대로 진행됐다.

1. 1주년, 6주년 근속자 축하
2. 신규 입사자 한마디
3. CEO 토크
4. 타운홀 Q&A(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타운홀)

같은 공간에 있지는 않았지만 온라인에서 만남에 고기와 음료가 함께 하니 절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특히 첫 회식에서 랜선 회식만의 장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채팅창을 쓸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마치 발표자는 인기 유튜버가 된 것처럼 채팅창에 올라오는 질문에 답한다. 발표자가 아닌 동료들끼리도 대화를 할 수도 있었다. (실제 회식에서처럼 말이다)

가족들이 참여하는 회식이라는 점에서도 높은 호응을 받았다. 배우자나 자녀, 반려동물까지 함께했다. 한 서버개발자의 딸은 ‘낭만고양이'를 열창하기도 했다.

당초 2시간만 진행하려던 랜선 회식은 "한 마디도 못했다"는 참여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1시간 연장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난이도 상(上) 온라인 스트레칭 교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부작용은 ‘확찐자(살이 확 찐 사람)'가 된다는 점이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움직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다 냉장고는 가깝기 때문이다.

확찐자를 위한 ‘스트레칭 교실’도 열렸다. 나른하고 졸린 오후 4시, 온라인에서 모여 1타 강사 지도 하에 15분만에 목과 어깨가 시원해지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민망한 마음에 비디오를 끌까도 고민했지만 비디오를 무조건 온(on)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화면을 켠채로 접속했다. 매의 눈으로 화면을 보고 지도하는 강사님 덕분에 효율적인 스트레칭이 가능했다. 이미 민망함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는 목이 뻐근할때마다 스트레칭 교실이 생각나고는 한다.

재택근무는 조직의 ‘건강함’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했고 일부는 아직도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드라마앤컴퍼니는 원래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해온 회사처럼 빠르게 근무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업무 프로세스를 채택했다. 구성원들 역시 변화 가운데 보완해야할 점을 찾으며 업무모드를 유지했다.

재택근무의 아쉬운 점,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은 게 사실이다. 재택근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공유하기에 적당한 구조가 아니다. 아무래도 ‘이것도 좀 해볼까?’라고 가볍게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성과 중심으로 일하다 보니 단기적인 성과만 바라보게 되는 경향도 있었다.

그래서 드라마 동료들은 출근이 필요한 경우 자발적으로 사무실로 출근한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각자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지금이지만 ‘더 나은 일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드라마앤컴퍼니 동료들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