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의류 가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양사는 세탁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데 이어 건조기 시장 주도권 싸움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가전 수요가 발생하자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23일 LG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위아래로 붙인 일체형 제품 ‘LG 트롬 워시타워’를 공개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결합한 것은 이 제품이 국내 최초다.

IT조선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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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신제품 출시는 삼성전자 그랑데AI 시리즈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그랑데AI 세탁기, 건조기 제품을 선보이며 ‘올인원 컨트롤’을 강조했다. 건조기를 세탁기 위에 설치해 하나의 패널에서 두 제품을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다.

LG전자도 ‘원바디 런드리 컨트롤’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 올인원 컨트롤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위치한 패널 하나로 세탁 건조 조작이 가능하다. LG전자 측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디지털 언베일링’ 행사에서 "세탁기 따로 건조기 따로 컨트롤하거나 리모컨을 사용해 불편했던 지금까지의 세탁 건조 생활이 간편해진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앞서 살균 기술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그랑데AI 건조기 광고에 "스팀이 필요 없는 에어살균+"라는 문구를 넣었다. 그랑데 AI 건조기에 탑재된 ‘에어살균+’ 기술이 옷에 묻은 대장균, 녹농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을 99.9% 제거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LG전자가 강조하는 트루스팀 기능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100℃로 끓여 나온 스팀을 사용한 ‘트루스팀’ 기술을 홍보하고 있다. 이 기술을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에 적용하며 ‘스팀 가전’이란 별칭도 붙였다. LG전자에 따르면 트루스팀은 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 폐렴간균 등 유해세균을 99.99% 살균한다.

삼성전자 ‘에어살균+’ 광고(왼쪽)와 LG전자 ‘트루스팀’ 광고(오른쪽)
삼성전자 ‘에어살균+’ 광고(왼쪽)와 LG전자 ‘트루스팀’ 광고(오른쪽)
코로나19 여파에도 가전 소비가 꾸준히 이어지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히 살균 기능 등을 강조한 의류가전 제품은 감염병 위기의식이 커지자 되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삼성 그랑데 AI 건조기·세탁기’가 출시 약 두 달 만에 각각 3만대, 2만대가량 팔렸다고 밝혔다. 신제품 인기에 힘입어 1분기 누계로 세탁기와 건조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60% 가까이 증가했다.

LG전자도 지난달 출시한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가 전체 건조기 판매량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3월 첫 주 LG전자 건조기 전체 판매량 가운데 약 30%를 차지했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가전 제품사업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가전 수요는 주춤하는 추세지만 국내 시장에선 의류가전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등 가전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의류가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