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현대차 ICT본부장 인터뷰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회를 만드는 기회
오너가 아무리 밀어줘도 경영진 이해 못시키면 추진에 어려움 따를 수도
제대로 된 DT 전환 위해서는 현업 부서와 IT 부서의 협업 필수
생산성은 저해하지 않으며 사용성·편의성을 늘려야
일하는 방식도 DT로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은 예전처럼 전산을 단순화하는게 아닙니다. 지능화에 가깝죠. DT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 Business Model)과 사업 기회를 만들고 사람이 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IT조선 기자와 만난 서정식 현대차 ICT본부장(전무)의 말이다. 그는 DT가 가져올 변화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전무는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와 KT에서 근무한 ICT 전문가다. 하나로텔레콤에서는 변화관리 태스크포스(TF)팀을, KT에서는 클라우드컨버전스 TF장을 역임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대용량 데이터 저장기술 등 IT 관련 신사업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다.

서정식 현대차 ICT본부장(전무) / 류은주 기자
서정식 현대차 ICT본부장(전무) / 류은주 기자
그런 그가 2018년 IT기업이 아닌 전통적인 제조기업인 현대차로 적을 옮겼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을 강화하려는 현대차 오너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였다.

그의 영입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기 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서 전무를 영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클라우드 전사자원관리(ERP) 도입을 결정했다. 현재도 데이터베이스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2025년까지 모빌리티 기술과 전략 투자에 41조를 쏟을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탄력을 받는다.

서 전무는 "그룹웨어를 클라우드로 변환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화상회의를 하는 것처럼, 기존에는 직원들이 모여서 일하던 방식을 모이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도록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보안을 이유로 비효율적인 업무를 직원들에게 인내하라고 강요했다"며 "이제는 백(Back)단에서 감지하도록 보안의 방향이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 생산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사용성과 편의성을 늘리는 방향을 찾으면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오너 지원과 경영진 설득 중요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DT 강화에 나선 건 산업 필요성과 오너의 강력한 의지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실제 데이터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의지가 DT 추진에 큰 도움이 됐다. 서 전무는 "회사 방침은 빅데이터처럼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다"라며 "고객의 운전 경험을 잘 이해하면 판매, 품질, 디자인, 설계 등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DT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하는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디지털변혁책임자(DTO),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의 책임은 막중하다. DT를 추진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투자수익(ROI)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서 전무 역시 처음 현대차를 왔을 때 가장 우선 했던 건 비용리스크를 걷어내 DT의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는 것이었다. 그는 "DT는 대폭적 비용을 수반하는 장기과제와 바로 ROI가 나오는 것이 있다"며 "효과가 빨리 나오는 것을 우선순위화했고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CIO는 DT에서 자신이 아는 IT 트렌드를 경영진에 잘 전달하고 설득해 구성원의 합의를 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사업부서가 실행력을 갖게끔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정식 현대차 ICT본부장(전무) / 류은주 기자
서정식 현대차 ICT본부장(전무) / 류은주 기자
"IT부서만 DT 추진하면 호텔은 지었지만 직원없는 꼴"

서 전무는 DT 성공을 위해 IT부서와 사업부서 간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예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들었다. RPA는 기업의 재무, 회계, 제조, 구매, 고객 관리 분야 데이터를 수집해 입력하고 비교하는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해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하는 자동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며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다.

현대차는 전사적으로 사업부서와 팀을 만들어 RPA를 추진했다. 현재도 본부장급을 리더로 둔 수십개의 TF를 가동 중이다. 한 부서만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모든 내용을 공유한다. 그 결과 1년 반 만에 RPA 도입한 업무가 160개가 넘어간다.

서 전무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늦게 도입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솔루션 제품을 파는 업체에 확인해보니, 모 유럽계 자동차업체가 4년 간 거둔 기록보다 현대차가 2년 만에 더 많은 업무를 자동화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RP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업부서와 IT부서가 따로 움직였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T부서가 열심히 드라이브해서 RPA를 구축했는데 정작 사업부서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호텔을 열심히 지었지만 직원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양 부서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속도는 늦어지고 비용도 올라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고, 반대로 한쪽 부서에서만 드라이브 걸 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클라우드 도입할 때 사업의 뚜렷한 목적과 목표없이 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며 "목적 없는 실험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한번의 실패는 다음에 제대로 DT를 추진하려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중이 제 머리 깎기' 프로젝트에 나선다. 그는 옛 말에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말이 있듯 DT를 추진하는 IT부서 업무가 정작 디지털 전환이 안 됐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봤다. 이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개개인이 하는 문서를 타이핑하거나 개발하는 것은 디지털화하겠지만 일하는 방식은 전혀 DT가 안 돼 있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부터 IT부서 업무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면서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다"며 "올해는 이를 가열차게 밀어붙이려 한다"고 덧붙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