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안전 사각지대’ 방치하는 정부…규제 로드맵 빨라야 내년

이광영 기자
입력 2020.04.27 06:00
국토부·산업부, PM법 제정 목표 내년 제시
국회 발의 법 통과도 지지부진…21대도 막막
전문가 "정부 무관심…기준 마련 시급"

정부가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의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 여부 검토에 착수했다. 12일 발생한 부산 전동킥보드 사망사고 이후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확산해서다.

국토교통부는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진입 허용이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이라고 본다. 이용자는 지금까지 차도를 달리기 위해 필요했던 2종 소형 면허 없이도 안전하게 주행 가능하다. 공유킥보드 업체의 면허 인증 시스템 탑재를 강제하는 규제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 IT조선 편집
자전거도로 허용을 당장 실현할 수 없는 점이 문제다. 국회에서 이 같은 법적근거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하는 것이 우선인데, 통과 시기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인 일명 ‘퍼스널 모빌리티(PM)법’ 제정 이전에 면허 인증 절차를 강제하거나 별도의 면허 체계를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사망사고의 근본 원인도 면허 인증 절차 부재로 보지 않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면허 인증 절차 탑재를 강제하기 보다는 이용자의 안전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업체들의 안전 수칙 고지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이 우선"이라며 "자전거도로 주행이 허용되면 면허 의무도 사라지는데, 굳이 인증 확인을 위한 규제를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PM법은 빨라야 내년에 제정된다. 국토부는 PM법을 제정하기 위한 규제 혁파 로드맵을 23일 발표했다. 실제 목표가 2021년까지다.

그동안 자전거도로 대신 차도를 달려야 할 전동킥보드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미래의 제도 개선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과도기 위험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난 전동킥보드 운영사인 미국업체 ‘라임’은 국내서 유일하게 운전면허 인증 시스템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라임은 2019년 10월 국내 서비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회원 가입 시 운전면허를 필수 등록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내 서비스 6개월이 넘어간 지금까지 이렇다할 절차를 넣지 않았다. 이를 제재하는 규정이 없어 가능한 일이다.

면허 인증에 대한 국토부의 제재 의지가 없는 이상 전동킥보드가 안전 사각지대를 벗어나려면 최대한 빨리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

윤재옥 의원은 2017년 6월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법적 정의와 운행기준, 안전규제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3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나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에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이 다시 발의되더라도 언제 통과할지 장담할 수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킥보드 안전 논란은 몇년 전부터 제기됐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제대로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자전거도로 진입은 물론 음주운전, 무면허 등을 정확하게 규제할 수 있는 한국형 퍼스널 모빌리티 선진 모델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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