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유니버설픽처스와 미국 최대 영화관 사업자 AMC가 대립각을 세웠다. 코로나19로 미국의 거의 모든 영화관이 휴업에 나선 상황에서 유니버설이 신작 영화를 영화관이 아닌 인터넷에 먼저 공개했기 때문이다. AMC는 향후 유니버설 영화를 일체 상영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AMC / 시네마트레저
AMC / 시네마트레저
양사가 대립각을 세우게 된 단초를 제공한 작품은 애니메이션 영화 ‘트롤'이다. 유니버설은 코로나19 현지 확산과 영화관 휴업에 따라 4월 10일부터 해당 영화를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와 VOD 등으로 공개했다. 보통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간 후 OTT와 VOD로 공개되던 기존 관례를 고려하면 전에 없던 파격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유니버설의 트롤은 48시간 대여 시청비가 19.99달러(2만4000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3주간 1억달러(1223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프 쉘 NBC유니버설 CEO는 "트롤이 기대이상의 흥행성적을 기록해 인터넷 선 배급의 가능성을 증명했다"며 "영화관 영업재개 이후에도 인터넷과 영화관 양쪽으로 영화 작품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아담 아론 AMC CEO는 "미국과 유럽, 중동 등 AMC영화관에서 향후 유니버설 영화를 일절 상영하지 않겠다"라고 반발했다. AMC측은 유니버설처럼 현행 영화업계 관례를 깨뜨리는 영화사에 대해 동일한 방침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AMC의 방침대로라면 ‘와일드스피드', ‘미니언즈', ‘쥬라기월드’ 등 유니버설의 인기 후속작은 AMC에서 상영되지 못한다.

유니버설 측은 "우리의 입장을 혼란하게 만드는 AMC의 처사에 실망했다"며 "이번 트롤 인터넷 선 공개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지, 업계 파트너인 영화관과 관련 종사자들에게 악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AMC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디즈니, 소니, 파라마운트, 워너 등 할리우드 영화사도 자사 일부 신작을 영화관에서 공개하는 것을 포기하고 인터넷 배포로 방향을 돌렸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현지 영화관 폐쇄는 영화관 사업자에게는 뼈아픈 일이다. 업계에서는 극장 폐쇄가 여름까지 이어지면 AMC 등의 사업자가 파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텍사스주에서는 일부 영화관이 한 번에 입장 가능한 관객을 25%로 줄여 영업을 시작했지만, 안전 확보 문제로 영업일정이 재조정됐다. 영화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이 정상 가동되더라도 관객들이 곧바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영화관은 쇠퇴하고 넷플릭스 등 OTT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시청자들의 영화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