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중지 처한 국내 1위 메디톡스, 판매 재개 위해 안간힘
종근당, 원더톡스로 한국 시장 진출 선언
휴젤, 중국서 보톡스 판매허가 앞둬
휴온스글로벌, 중국 NMPA 임상 승인

한국 보톡스 시장이 요동친다. 무허가 원료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주력제품 허가 취소 위기에 놓인 메디톡스가 왕좌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경쟁사는 무주공산을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업계는 지각변동이 일 것이라고 예측해 최후에 누가 웃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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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중지→소송→기각→항고’…안간힘쓰는 메디톡스

7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최근 메디톡신주 제조·판매 중지 처분 효력을 유지하도록 결정한 대전지방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소송대리인을 통해 항고장을 제출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항고장 제출과 관련해 "식약처 처분 근거 조항인 약사법 제 71조에 따르면 현재 제조·판매되는 메디톡스 제품에는 공중 위생상 위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항고를 재검토해달라는 취지로 제기했다"고 말했다. 추가되는 소명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메디톡스 시험성적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메디톡신주 3개 제품(150·100·50단위)의 제조·판매를 잠정 중지시켰다. 회사가 메디톡신 제조 과정에서 허가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원액을 사용했다는 메디톡스 전(前) 직원 제보가 이어지면서다. 관련 행정처분은 4월 17일 대전식약청장 명의로 내려졌다.

메디톡스는 이에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제품 생산 기간(2012년 12월~2015년 6월)에 생산된 메디톡신주는 이미 오래전 소진돼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현 시점에서는 공중위생상 위해가 있을 수 없다"고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 명령에 ‘집행정지 신청’ 및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전지법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는 4월 28일 이를 기각했다.

비워진 왕좌…후발주자 추격전 본격화

메디톡스가 힘을 잃자 후발주자들은 빠르게 치고 나온다. 일부는 해외 시장에 진출해 입지를 다지는 전략을 내놓은 한편 한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도 등장했다.

최근 업계 주목을 받은 곳은 본격 시장 진출을 선언한 종근당이다. 종근당은 자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원더톡스’를 5월 1일 출시했다. 원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A형 제품으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해 근육 움직임을 제어한다.

종근당은 2019년 6월까지 메디톡신 경쟁사인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10년 가까이 공동 판매했다. 휴젤 제품을 판매하며 메디톡신과 간접적으로나마 경쟁해 본 셈이다. 업계가 종근당의 보툴리눔 톡신 시장 진출을 눈여겨보는 이유다.

메디톡스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휴젤도 눈길을 끈다. 업계는 휴젤이 무한질주할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지난해 자사 주력제품 ‘보툴렉스’로 613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 42%를 차지한데다가 올해는 국내 시장 점유율 50%를 목표로 입지 다지기에 나섰다.

증권 업계는 메디톡스 위기로 최대 반사이익을 볼 업체로 휴젤을 꼽는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품목허가 취소 판결이 종결된 사안은 아니지만 휴젤은 경쟁사와 국내시장의 약 85%쯤을 양분한다"며 "경쟁사가 판매금지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휴젤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보툴리눔 톡신뿐 아닌 필러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휴젤 보툴렉스는 수출 부문도 청신호가 켜졌다. 중국 정부가 이르면 6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 허가를 내릴 전망이다. 휴젤은 앞서 2019년 4월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PA)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 허가를 신청했다.

손지훈 휴젤 대표는 올해 초 열린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6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중국 허가를 획득할 계획이다"라며 하반기 출시를 시사했다.

휴온스글로벌 역시 자체 보툴리눔 톡신 제제 휴톡스(국내명 리즈톡스)로 중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국가약품관리감독국(NMPA)으로부터 휴톡스의 ‘미간주름 개선’ 임상시험계획(IND)을 최종 승인받았다.

휴온스글로벌은 중국 임상3상으로 미간주름 개선 유효성을 확인한다. 회사는 2022년까지 품목허가를 받아 중국 시장에 자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휴톡스는 국내서 후발주자지만 해외서는 입지가 탄탄하다. 2016년부터 일본과 중동, 동남아 등에서 판매되며 휴온스글로벌의 실적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