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면 배터리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한국 배터리 산업이 확실한 캐시카우로, 현재는 ‘투자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 / 김동진 기자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 / 김동진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었나?

SNE리서치는 코로나 진척 상황을 지역별로 다르게 분석했다. 1~6단계로 구분했는데 한국과 중국, 일본은 2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3분기부터 회복세로 접어들어 4분기부터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은 2분기와 3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4분기에 회복세로 접어들어 내년에야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기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규모를 당초 예상보다 38% 하향 조정했다.

 지역별 코로나19 영향(분기 기준)과 코로나19로 하향 조정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 / SNE리서치
지역별 코로나19 영향(분기 기준)과 코로나19로 하향 조정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 / SNE리서치
―코로나19 이후 시장 전망은?

중요한 것은 수요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축소는 올해로 끝날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탄소배출 규제를 완화하거나 늦추자는 논의도 있었던 걸로 안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에 확인한 결과, 전기차 출시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지 않고 있다. 투자 계획도 변함이 없다.

다만, 자동차 제조사별로 배터리사에 다른 요청을 하는 상황이다. 납기일을 미뤄달라는 제조사도 있고 코로나19와 상관없이 계약일 그대로 납품을 요청하는 제조사도 있다. 이전까지 배터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수급 균형이 맞춰진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로 전기차 시장이 축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인도 뭄바이는 푸른 하늘을 드러냈고 맑은 하늘 덕분에 태양광 에너지 신기록이 쏟아진다. 이번 사태는 친환경차 성장세에 더욱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연장하기로 했는데 국내 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겠나?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됐다.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그간 자국 기업 중심으로 폐쇄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친 중국이지만, 배터리 시장의 기술 장벽이 낮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기술력을 갖춘 해외 기업을 유치하면서 자국 기업을 키우려는 전략을 동시에 가져갈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에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배터리 기술력 차이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한국 기업 간 기술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많이 따라오기는 했지만, 한국이 10~15% 정도 기술력이 앞선다고 본다.

중국 기업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지만,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모든 배터리 회사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고 있다. 안전이 중요한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역할은 절대적이다. 가격이 다소 싸다고 해서 기술력이 높은 제품을 뒤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 배터리 3사 전망은?

한국 배터리 3사는 아직 투자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본다. 매년 2조 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올해 흑자 달성이 가능하리라 전망하고 삼성SDI나 SK이노베이션은 2022년이나 2023년 손익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2025년에는 3사 모두 8~10%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2025년에는 배터리 산업의 수익이 반도체를 넘어설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규모는 1650억달러(200조원) 선에 머물고 있어 배터리 시장 규모가 예상대로 커진다면 2025년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설 것이다.

반도체 이상의 잠재력을 가진 산업에서 대기업 3사가 기반을 공고히 다지고 있어 장래는 밝다.

―SNE리서치 목표는?

전기차 시장에서 SNE리서치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국 CATL을 비롯해 배터리 3사와 파나소닉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JP모건, 노무라 증권과 같은 주요 증권사도 SNE리서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관한 한 가장 신뢰할만한 업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