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다이노스 야구단이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특수를 누린다. 경남 창원시를 연고로 한 엔씨 다이노스는 한국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야구 구단인데,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대대적인 응원을 고려한 구단 측은 6일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지지에 대한 감사를 보내기도 했다.

엔씨 다이노스가 현지 마이너리그 구단 ‘더럼 불스’의 트윗에 ‘우리는 운명이다’라고 화답한 모습 / 트위터 갈무리
엔씨 다이노스가 현지 마이너리그 구단 ‘더럼 불스’의 트윗에 ‘우리는 운명이다’라고 화답한 모습 / 트위터 갈무리
엔씨 다이노스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사랑을 받게된 배경은 이렇다. 5일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막이 미뤄졌던 2020 한국 프로야구 리그(KBO 리그)가 무관중 조건으로 개막했다. 하지만 미국 MLB의 개막은 계속 미뤄지는 중이다. 야구에 열정을 바치는 미국인들의 갑갑함이 클 수밖에 없는데, KBO가 위안거리가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방송국 ESPN은 시청자들을 위해 KBO리그의 중계권을 구입했고, 미국인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한국의 야구 리그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TV 앞에 진을 치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어떤 팀을 응원할 지가 숙제인데, 소셜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올라온다.

그 중 노스캐롤라이나주 야구팬은 엔씨 다이노스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 인구가 넘게 거주하는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미국에서 9번째로 큰 주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연고지로 한 구단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엔씨 다이노스의 ‘NC’가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주의 약자와 일치해 관심을 끌게 됐다.

엔씨 다이노스와 노스캐롤라이나의 기묘한 인연은 또 있다. 다이노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구단의 상징인 공룡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대표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공룡 화석이 많이 출토되는 데다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는 공룡 연구로 유명한 곳이다. 엔씨 다이노스 구단의 칼라는 남색인데, 이는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대표하는 색이다. 주 깃발에도 남색이 들어간다.


현지 시민 단체가 직접 제작한 로고를 엔씨 다이노스의 3번째 마스코트로 써달라고 부탁하는 트윗 / 트위터 갈무리
현지 시민 단체가 직접 제작한 로고를 엔씨 다이노스의 3번째 마스코트로 써달라고 부탁하는 트윗 / 트위터 갈무리
현지 시민 단체인 ‘MLB 롤리 유치를 위한 지역사회 운동’은 6일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응원하는 KBO리그 팀은 엔씨 다이노스"라고 밝혔다. 롤리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州都)다. 이 단체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지역번호 919와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를 넣은 이미지를 자체 제작해 구단에 ‘세 번째 마스코트로 삼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현상은 모회사 엔씨소프트에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3월 25일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새 장르 게임을 포함한 콘솔 게임 다수를 준비한다"며 "나날이 성장하는 세계 콘솔게임 시장이 엔씨소프트의 새 무대가 될 것이다"고 선언한 바 있다.

우선 연내 테스트를 목표로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프로젝트TL을 개발 중이다. 이 게임은 ‘다음 세대를 위한 리니지’라는 모토로 콘솔은 물론, PC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형태로 개발 중인 게임이다.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는 보스턴 게임쇼 ‘팍스 이스트 2020’에서 미국 게임사 하모닉스가 제작한 콘솔·PC 플랫폼 리듬게임 ‘퓨저’의 시연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공개한 게임보다 더 많은 콘솔게임을 내부에서 개발 중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엔씨 다이노스가 미국에서 관심을 끄는 현상 덕에 엔씨소프트라는 이름과 이미지를 알리는 데는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엔씨 측에서는 한국에서 게임과 야구를 연계해 사업적으로 접근한 사례는 그다지 없어 실제로 도움이 될 지는 엔씨의 마케팅 역량과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엔씨 다이노스의 모회사 엔씨소프트에 관심을 가지는 한 외국 야구팬의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엔씨 다이노스의 모회사 엔씨소프트에 관심을 가지는 한 외국 야구팬의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