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콘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들은 4년마다 열리는 하계 올림픽을 기다린다. 니콘 최고급 DSLR 카메라 ‘D1 시리즈’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는 까닭이다. 니콘은 2016년에 선보인 D5의 후계 모델 ‘니콘 D6’를 3월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 때문에 판매 일정을 5월로 늦췄다.

니콘 D6 / 차주경 기자
니콘 D6 / 차주경 기자
니콘 D6는 D5를 기반으로 자동 초점, 연속촬영 등 기계 성능을 개량한 카메라다. 눈에 띌 만큼 화려한 변화는 없지만, 셔터 릴리즈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대를 이끄는 기함(플래그십) 카메라다운 실력을 발휘한다.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와 AF-S 24~70㎜ F2.8 N ED VR 렌즈를 나흘간 사용했다. 최고급 DSLR 카메라다운 기계 성능, 흠 잡을데 없는 화질이 인상적이었다. 본체를 손에 잡는 순간 니콘 고유의 신뢰감, 어떤 사진이든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다. 한번 포착한 피사체를 놓치지 않는 실력도 돋보였다.

니콘 D6는 감동을 주는 DSLR 카메라다. 하지만, 이전 모델 니콘 D5가 완성도 면에서 최고의 카메라였기에 D6가 주는 감동은 사뭇 덜한 느낌을 받았다.

니콘 D5와 비슷한 조작계·외관…파인더와 모니터 완성도 좋아져


니콘 D6 / 차주경 기자
니콘 D6 / 차주경 기자
니콘 D6의 외관은 D5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니콘 F 마운트 주변에는 기능 할당용 Fn 버튼이 배치된다. 렌즈 탈착 버튼 아래 초점 설정 변경 레버·버튼, 플래시 터미널 단자와 커맨드 다이얼 등 조작계 배치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촬영 중 뷰 파인더에서 눈을 떼지 않고 촬영 설정을 대부분 바꿀 수 있게 설계됐다.

니콘 D6 / 차주경 기자
니콘 D6 / 차주경 기자
뒷면 조작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3.2인치 236만 화소 모니터는 장갑을 낀 상태에서 터치 가능하며 메뉴 조작, 초점 이동과 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엄지가 닿는 부분에 AF ON 버튼을 비롯해 초점 영역 이동 스틱, 커맨드 다이얼이 배치됐다.

뷰 파인더는 시야율 100%, 0.72배다. 스크린이 밝고 선명하게 개량됐다. 연속촬영 시 화면이 순간 까맣게 보이는 블랙아웃 현상도 현저히 줄었다. 전원 레버를 젖히면 조작계 버튼에 불이 들어온다. 어두운 곳에서 버튼 기능을 보고 조작하는 것을 돕는다.

니콘 D6 메모리 슬롯과 배터리 / 차주경 기자
니콘 D6 메모리 슬롯과 배터리 / 차주경 기자
니콘 D6는 저장 매체로 XQD·CFexpress를 사용한다. 메모리 슬롯은 두개다. 전원 EN-EL18c 배터리 충전 후 CIPA 기준 사진 3580장, 연속촬영 위주 촬영 시 사진 8670장을 찍을 수 있다. 본체 아래에는 분실 방지용 잠금장치 켄싱턴 락이 설치됐다.

니콘 D6 / 차주경 기자
니콘 D6 / 차주경 기자
본체 크기는 160 x 163 x 92㎜, 무게는 1450g(배터리, 메모리 두개 포함)이다. 니콘 D5와 달리 GPS를 본체에 내장, 위치 정보를 스스로 기록한다. 유선 LAN 속도도 다소 빨라졌고, 무선 Wi-Fi와 블루투스 통신 기능도 추가됐다. 니콘 D5에서는 따로 액세서리를 사서 본체에 장착해야 가능한 일들이었다.

쾌적한 자동 초점, 고속 연속촬영에 고화질·고감도까지 만족스러워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는 35㎜ 2082만화소 CMOS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사진 처리 엔진 EXPEED 6까지 더해져 밝고 선명한 사진을 만든다. 밝기를 균일하게 조절해주는 D라이팅과 HDR, 조리개를 조일 때 사진이 흐려지는 현상을 막는 회절보정 등 편의 기능도 충실하게 갖췄다.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의 기동 시간은 아주 짧다. 전원을 켜고 반셔터 조작, 자동 초점을 잡고 사진을 열장쯤 연속촬영하는데 채 1초가 걸리지 않을 정도다. 배터리 운용 시간이 긴 만큼, 항상 전원을 켠채 가지고 다니다가 순간 다가온 촬영 상황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기동성과 신속·정확한 동작, 니콘 D6가 미러리스 카메라를 압도하는 부분이다.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의 자동 초점 포인트(105개)는 모두 크로스 센서다. 크로스 센서 배열도 두개 x 두개가 아닌 세개 x 세개로 성능이 더 우수하다. 피사체와 배경을 따로 인식하는 능력도 좋다. 이 능력이 불량한 카메라는 촬영 시 피사체가 아닌 배경에 초점을 잡는 경우가 잦다.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은 D6의 자동 초점 시스템에 다양한 특수 기능을 넣었다. 빛의 방향과 밝기, 피사체와의 거리, 피사체의 움직임 등 다양한 정보를 추산해 초점을 조절한다.

촛불 하나 켜진 방 정도인 -4.5EV 밝기에서도 초점을 잡는다. 인물 촬영 시 얼굴, 눈동자 자동 초점을 SLR 카메라 최초로 지원하는 점도 돋보인다.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이 제품은 1초에 14장 속도로 최대 200장(JPEG)사진을 찍는다. 피사체 움직임을 입체 분석해 추적하는 3D 연속 자동초점 기능과 함께 사용하면 요긴하다. 빠르게 달리는 운동 선수, 날아가는 새 등 큰 피사체는 물론 곤충처럼 작은 피사체도 신속·정확히 포착한다.

니콘 D6의 ISO를 조정하며 촬영한 사진. 왼쪽부터 ISO 100/12800/25600/102400/204800/409600/3280000 / 차주경 기자
니콘 D6의 ISO를 조정하며 촬영한 사진. 왼쪽부터 ISO 100/12800/25600/102400/204800/409600/3280000 / 차주경 기자
감도는 ISO 100~102400 기본에서 확장 시 ISO 50(Lo1)과 ISO 204800(Hi1)~3280000(Hi5)을 각각 사용할 수 있다. 고감도 화질은 전 모델 니콘 D5와 비슷하다. ISO 25600은 무난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고 ISO 51200, 102400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ISO 204800부터는 사진이 거칠어진다. ISO 409600 이상은 제한적인 용도로만 쓰는 것이 좋다.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최고급 DSLR 카메라다운 위용…이전 모델과 두드러진 차별화는 이루지 못해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는 한번 포착한 피사체를 거의 놓치지 않는다. 피사체와 배경을 구분하기 어려울때나 매우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때, 크기가 작은데다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을때, 니콘 D6은 어떤 촬영 환경에서나 믿을 만한 성능과 흡족한 결과물을 만들어준다. 4K UHD 동영상 촬영 기능, 보안 요소까지 갖춰 완성도 높은 DSLR 카메라로 거듭났다.

니콘 D6 / 차주경 기자
니콘 D6 / 차주경 기자
하지만, 이 장점은 니콘 D6의 이전 제품, D5의 장점이기도 하다. 니콘 D6는 D5보다 여러모로 진화한 DSLR 카메라지만, 어느 정도나 진화했는지 일반 소비자는 느끼기 어렵다. 고감도나 화소수, 영상 촬영 성능 등 눈에 띌 만큼 큰 성능 개량도 없다. 니콘 D6의 가장 큰 경쟁자가 니콘 D5가 돼버린 셈이다.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SLR 카메라 시장은 황혼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20년간 이어져온 ‘니콘 D1시리즈’의 역사는 D6를 지나, 다음 모델 니콘 D7(가칭)에서 끊길 가능성이 크다. 전자 제품의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명작 제품이 나오는 것도 이 즈음이다.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니콘 D6 예제 사진 / 차주경 기자
SLR 카메라 시대에 굵은 족적을 남길 만한, 황혼기를 장식할 명작 제품으로 불리기에 니콘 D6는 손색 없다.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