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외국 IT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인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이 외국에 비해 뒤늦게 성장하면서 주요 글로벌 IT 서비스 기업들이 시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리전)를 개소하고 나섰다. 일부 기업은 리전을 우리나라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에 투자도 확연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팀 송 한국오라클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춘천 리전 설립을 설명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팀 송 한국오라클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춘천 리전 설립을 설명하고 있다. / 김평화 기자
한국오라클, 춘천에 두번째 리전 개소

한국오라클은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 리전에 이어 춘천에 두 번째 리전인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춘천 리전’을 29일 개소한다고 밝혔다. 2019년 5월 OCI 서울 리전을 개소한 지 1년 만이다.

팀 송 한국오라클 사장은 "떠오르는 한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기업 대상(B2B) 중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두 개 리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리전이 1세대라면 춘천 리전은 자율운영과 보안 등 기술 혁신을 높인 2세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복수의 리전 운영으로 재해 복구(DR) 역량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며 "고객의 디지털 전환(DT, 트랜스포메이션)도 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춘천 리전 설립은 오라클의 글로벌 투자 일환이다. 오라클은 2020년 말까지 세계 총 36곳에 오라클 2세대 클라우드 리전 확장 설립을 목표로 한다. 경쟁사인 구글이나 아마존웹서비스(AWS)보다 한발 늦게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든 만큼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한 공격적인 리전 확대에 나선 것이다.

실제 오라클은 2019년 말까지 한국을 포함 13개 리전을 갖췄다. 구글이 26개 리전을 갖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에 오라클은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5월 말까지 23개 리전 개소를 마친다는 목표다. 올해 말에는 총 36개 글로벌 리전을 운영할 예정이다.

팀 송 사장은 "오라클 DNA는 데이터다"며 "고객사가 클라우드 서비스에 힘입어 데이터로 새로운 인사이트(통찰력)를 얻고 무한한 가능성을 열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구글·MS·AWS까지…클라우드 기존 강자도 속속 참여
"한국 클라우드 시장 매력도 높아 투자 지속할 것"

앞서 구글은 2월 한국에 처음으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서울 리전’을 개소했다. 아태 지역 8번째 리전이다. 구글이 2019년 4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Google Cloud Next)'에서 한국 리전 개설 계획을 발표한 지 10개월 만이다.

릭 하시먼 구글 클라우드 아태 지역 총괄은 "구글 클라우드 미션은 모든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높이도록 인프라와 플랫폼, 산업별 솔루션, 전문 역량을 지원하는 일이다"라며 "GCP 서울 리전 개소는 한국 고객을 긴밀히 지원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다"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6년부터 공들인 부산 지역 리전 설립을 앞뒀다. 타 사업자 상면을 임대하는 방식이 아닌 자체 리전을 세우는 사례다. 5월이면 설립이 완료된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 진행 중이다. 올해 말 개소할 전망이다. 앞서 MS는 2017년 이후 임대 방식으로 서울과 부산에 각각 리전을 개소했다.

2016년 서울 리전을 개소하며 빠른 행보를 보였던 AWS는 2019년 5월 급증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자 서울 리전에 가용 영역(AZ)을 추가 개설했다. 신규 AZ 개설로 기업에 더 많은 선택권과 유연성,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AWS는 복수 AZ로 리전을 구성한다.

한국에 리전 세우는 클라우드 강자들…왜

관련업계는 글로벌 클라우드 강자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리전을 설립하는 이유로 한국 특수성을 꼽는다. 한국이 시장 규모는 작지만 ICT 강국으로서 다양한 플랫폼 파워를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클라우드는 인공지능(AI)과 5G, 빅데이터, ICT 플랫폼과 연결성이 필수인 만큼 한국 만큼 이를 모두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국내법도 이유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보안과 안보를 이유로 민감 정보 반출을 막고 있다. 한국에 리전과 같은 거점이 있으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속속 리전을 개소하는 것은 한국 클라우드 시장 가능성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라며 "최근 AWS와 MS, IBM, 오라클 등 한국 시장에 진출한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한국 시장 투자 비중도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