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플레이하드 이끄는 33세 신중혁씨
직원 다 떠나도 권토중래 정신으로 게임사업 이어
프로그래밍 독학으로 공부해 위기탈출
타깃 시장은 처음부터 ‘글로벌’

플레이하드는 대표작 레드브로즈와 공장주식회사가 각각 세계 다운로드 횟수 300만, 2200만회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린 소규모 게임 개발사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어려움 없이 ‘연타석 홈런’을 때린 것 같지만, 화려한 성공 뒤에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노력과 끈기가 있었다.

이 회사를 이끄는 신중혁 대표는 4살 딸과 2살 아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33세 청년 사업가다. 나이는 젊지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창업·게임 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성공과 실패 경험 또한 풍부하다. IT조선은 강남역 근처 카페에서 세미나를 마친 신 대표를 직접 만나 그의 권토중래(捲土重來) 사업 이야기를 들어 봤다.

신중혁 플레이하드 대표 / 오시영 기자
신중혁 플레이하드 대표 / 오시영 기자
전기전자공학과 입학 후 1학년 때 프로그래밍 처음 접해 진로 수정
독학으로 게임 개발 배워 창업, 한 차례 실패 후 재창업

신 대표는 중앙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한 뒤, 1학년 때 가벼운 프로그래밍 지식을 알려주는 수업을 들었다. 프로그래밍에 강하게 끌렸던 그는 진로를 바꿨다. 1학년만 마친 뒤 학교에서 중퇴한 이후 곧바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프로그래밍은 대부분 독학으로 공부했다.

신중혁 대표는 "자퇴 이후 프로그래밍을 독학할 때 만들고 싶은 게임에 필요한 지식을 직접 인터넷에서 뒤지며 공부했다"며 "독학이 오히려 더 쉽고 재미있었던 이유는 직접 게임을 만들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필요한 실전 지식 위주로 습득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회사를 창업하고 1인 개발 웹게임을 출시했으나, 성공의 길은 멀기만 했다. 첫 게임에서 쓴맛을 본 뒤 생계가 어려워져 게임 개발과는 관련 없는 외주를 처리하거나 아는 스타트업 대표님을 도와 일했다. 이후 건축 관련 스타트업에 입사해 일을 하다가 게임 개발 생각이 나서 거기서 만난 동료와 함께 다시 개발사 ‘플레이하드’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마치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의 주인공처럼 이태원 공방에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게임 출시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생계는 점점 어려워졌다. 당시 회사 앞 ‘두꺼비식당’이라는 곳에서 파는 6000원짜리 백반을 먹을 돈이 없어서 1주일에 딱 한번만, 회식으로 백반을 먹기도 했다.

첫 작품 레드브로즈, 누적 다운로드 횟수 300만회 넘어
모바일 환경에 맞춘 UX, 호불호 없는 그래픽 호평

플레이하드의 첫 작품인 ‘레드브로즈 - 붉은 두건 용병단’은 캐주얼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이 게임은 모바일 환경에 맞춘 이용자 경험(UX)을 살린 덕에 인기를 끌었다. 부대를 지휘할 때 손으로 끌어서(드래그) 직접 컨트롤하는 재미를 제공한다. 그래픽도 매우 단순하게 구성해 세계 어느 지역 이용자도 거부감 없이 게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게임은 구글 플레이가 개최하는 인디게임 공모전인 2017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TOP3에 들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이 게임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300만회를 넘었다. 첫 작품부터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화려한 성공이었지만, 경험이 없었던 신 대표와 플레이하드에는 이내 위기가 찾아왔다. 신 대표는 "첫 게임이다 보니 수익·운영 면에서 놓친 부분이 매우 많다"며 "게임을 어느 정도 흥행시켰음에도 재정, 방향성 측면에서 미궁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디게임사가 흔히 겪는 어려움을 우리도 겪은 셈인데, ‘게임이 재미있고 독창적이면 이용자가 돈을 쓰겠지’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함께 창업했던 친구도 이 시기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유튜브서 눈여겨 보던 프레스 기계 소재 게임 제작
세계 누적 횟수 2200만회 넘겨 대성공

공장주식회사 소개 영상 / 플레이하드 유튜브 채널

플레이하드의 방황이 길어지면서 구성원 4명 중 3명이 나가고, 신 대표 홀로 남게 됐다. 신 대표는 사무실에서 먹고 자면서, 홀로 지내기 심심할 때 유튜브를 시청하곤 했다. 유튜브 콘텐츠 중 신 대표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프레스 기계였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프레스 기계로 각종 물건을 부숴보는 콘텐츠에서 중독성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느낀 것이다.

해당 콘텐츠에서 영감을 받은 신 대표는 프레스 기계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19년 3월 세계에 서비스를 시작한 시뮬레이션 방치형게임 ‘공장주식회사’가 탄생했다. 게이머가 직접 공장장이 되어 ‘돌멩이’ 등 다양한 물건을 프레스 기계로 부숴 재료를 만들고, 가공해서 소비자에게 파는 물품을 만드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단 4개월 만에 만든 게임이 세계 누적 다운로드 횟수 2200만회를 넘겼다. 신 대표 혼자였던 회사 인원도 12명까지 늘었다.

창업 시점부터 해외 공략이 목표
결과물 빨리 만들어 실전 테스트 하는 것이 성공에 유리

플레이하드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신 대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창업 기획 시점부터 이미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삼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전한다’는 회사 모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만으로는 좁았다. 물론 한국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도 눈을 해외로 돌리게 한 원인이었다.

물론 소수 인력으로 해외에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개발 단계부터 고려해야 할 것도 많다. 신 대표는 "텍스트를 최소화해야 번역 비용은 낮추고 퀄리티는 높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특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최근에는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고 말했다.

신중혁 대표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에 내부에서 한참 동안 ‘성공할 게임이 어떤 게임일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와 소프트론칭으로 실제 이용자에게 성공 가능성을 검증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게임 성공에는 게임성만큼이나 마케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4월에는 신작 히어로 팩토리를 시장에 선보이기도 했다. 공장에서 영웅과 장비를 생산한 뒤 필드에서 전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이 게임은 벌써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 횟수가 100만회를 넘겼다.

신중혁 대표 / 오시영 기자
신중혁 대표 / 오시영 기자
닌텐도, 디즈니처럼 세계적 IP 보유한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 궁극적 목표
신 대표는 청년 창업 적극 권장…최근 마케팅 비중 커져 정부 지원 필요할 듯

세계 시장을 겨냥한 캐주얼 게임을 주로 다룬다는 점에서 플레이하드는 핀란드 개발사 슈퍼셀과도 닮았다. 신 대표는 "슈퍼셀처럼 팀원 개인이 모두 창조적인 역량을 발휘하는 집단을 꿈꾼다"며 "실제로 우리는 게임을 만들 때 다른 게임을 베끼거나 과도하게 참조하지 않으려 한다. 어려움은 있지만 게임을 만들 때 동기부여를 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다. 단순한 게임 개발사를 넘어 닌텐도나 디즈니처럼 세계적인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회사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신 대표는 "딸 아이가 2살 때부터 피카츄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IP의 힘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청년 세대가 창업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그는 "기존에 있는 일이 아닌, 새 일을 만들어 한다는 것은 모험이자 도전"이라며 "어려움을 겪을수록 마음을 강하게 다잡고 더 시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내부에서, 마음속에서 준비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어 부딪혀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의 열쇠"라고 덧붙였다.

다만 특히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게임성보다 마케팅이 더 중요해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탓에, 이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를 위한 도움의 손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 작품 레드브로즈가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입상하지 않았더라면 다운로드 횟수 300만회를 넘기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며 "최근 유료 마케팅으로 이용자를 모으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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