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디지털화폐 볼거리 둘 '美·中 CBDC 패권 다툼'과 '韓 블록체인 기술 대중화'

김연지 기자
입력 2020.05.13 06:30
최대 블록체인 컨퍼런스 ‘컨센서스 2020’ 개막
화두는 CBDC ‘개념 넘어 현실로’
블록체인·암호화폐 실용화도 ‘착착 ‘
韓 기업 다양한 시도 세계가 주목

"10년 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등장할 것이다. 이미 많은 국가는 곧 다가올 현금 없는 사회를 준비 중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에 토마소 만치니 그리폴리(Tommaso Mancini Griffoli)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자본시장국 부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2019년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퍼런스 ‘컨센서스 2019(Consensus 2019)’ 자리에서다.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훨씬 더 빨리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준비한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가 쏘아올린 신호탄으로 중국은 자국 내 일부 은행과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 테스트에 나섰다. 이에 질세라 미국은 디지털화폐 활성화 방안과 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기관인 ‘디지털달러재단’을 설립했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미국 전 CFTC 위원장/ 코인데스크 유튜브 갈무리
세계 각국이 치열한 CBDC 경쟁에 나선 가운데 ‘컨센서스 2020’이 12일(한국시간) 막을 올렸다. 코로나 돌림병 탓에 온라인으로 열렸지만 세계 디지털화폐 당국과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행사는 블록체인·암호화폐계에 ‘올해의 컬러’를 선정하는 팬톤(Pantone:1만가지 이상의 색상을 시스템으로 체계화한 미국 기업으로, 매년 올해의 색상을 선정한다)으로 통한다. 세계 규제당국과 업계 유명인사가 모여 한해를 이끌어 갈 업계 트렌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CBDC와 암호화폐 규제, 블록체인·암호화폐 대중화 논의가 이어졌다. 로렌스 서머스 미국 전 재무장관과 이브 메르시 유럽 중앙은행 집행위원, 타카나시 유타 일본 금융청 국제부문 부회장, 크리스티나 로마조 유니세프 블록체인장, 실라 워렌 세계경제포럼 블록체인장,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겸 경제사학자 등이 참석했다.

CBDC 미·중 패권 다툼 본격화
"미국이 중국 주도 놔두지 않을 것"

CBDC는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뜨거운 주제다. 개념을 제시하고 일부 국가가 테스트하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 불과 1년만에 중국 등 세계 일부 국가가 선보이는 수준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디지털화폐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다. 물론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해도 글로벌화하기는 힘들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틴 초르젬파(Martin Chorzempa) 연구원은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위안화를 디지털화한 수준으로, 달러의 위치를 위협할 수 없다"며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중국 외 지역에서 사용자 모으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위안화 역시 중국 안에서는 활용될 지 모르나 다른 나라에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는 변치 않는 대세"라며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 디지털 달러와 비교했을 때 디지털 위안화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디지털 위안화가 글로벌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CBDC 발행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을 견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오히려 미국도 디지털 달러화 연구를 통해 ‘현금없는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전 위원장은 "위원장 역임 당시 미국 금융시장 인프라 중 상당 부분이 뒤처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디지털 달러가 도입은 미국 통화 정책에 있어 굉장히 유리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미국의 대표적인 CBDC 옹호론자는 "세계가 CBDC 발행을 염두에 둔 만큼, 미국이 디지털 달러 발행을 회피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달러화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달러를 디지털화하는 시도는 필요하다. 미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달러를 발행한다면 이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처럼 온라인 결제를 가능케 하는 결제 옵션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도 CBDC 연구에 한창이다. 다만 유럽 중앙은행은 소매용 CBDC 발행에 초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브 메르시 유럽 중앙은행 집행위원은 "모든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는 소매용 CBDC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올해 초 CBDC의 잠재적 가능성을 조사할 태스크포스(TF)를 결성했다. 앞으로 유럽 CBDC와 관련해 몇 주 내 예비 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활속으로’
투자용도에서 결제수단으로 영역 확장
"한국이 지형 변화 이끌 수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대중화 논의도 이어졌다. 현 블록체인 기술은 투명성과 보안 등 여러 측면에서 각광을 받지만 느린 속도와 부실한 이용자 경험 등의 문제로 실생활에 녹아들지 못한다. 암호화폐 역시 실생활에서 결제 용도보다 투자용으로 쓰인다.

컨센서스 참석자들은 이러한 지형이 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한국을 주목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6월 암호화폐를 실시간으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가상자산 플랫폼 ‘클립’ 출시를 앞뒀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은 회사와 개발자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 대중화에 한창이다.

존 조 그라운드X 대외협력 부문 디렉터(사진 왼쪽)와 정권호 람다256 최고기술책임자(CSO)가 12일(한국시간) 컨센서스2020에서 한국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대중화 움직임을 설명하고 있다./ 코인데스크 유튜브 갈무리
존 조 그라운드X 대외협력 부문 디렉터는 "올해 6월 카카오톡에 가상자산 플랫폼 ‘클립’이 모습을 드러낸다"며 "5000만명에 가까운 국내 카카오 사용자들은 별도의 모바일 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암호화폐를 손 쉽게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암호화폐를 실생활로 끌어 들이려는 여타 플랫폼과 달리 클립은 카카오 브랜드를 통해 생겨난 탄탄한 유저층과 30개 이상의 글로벌 파트너사 등이 있다"며 "암호화폐를 실생활로 끌어 들이는 데 이러한 자산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라운드X는 메신저만큼 쉽고 빠른 이용자 경험을 제공해 블록체인 서비스 확산을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클립은 카카오 암호화폐 ‘클레이’와 카카오 블록체인 ‘클레이튼’을 통해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지원한다.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는 스핀프로토콜과 피블, 에어블록 등이 있다.

그라운드X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대중화에 나섰다면, 람다256은 회사와 개발자를 대상으로 대중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권호 람다256 최고기술책임자(CSO)는 "람다256은 일반인보다 개발자나 기술사 등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 대중화에 나설 방침"이라며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플랫폼 ‘루니버스’를 통해 고객사가 더욱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효율적인 비용에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람다256은 이미 국내외에서 40여개 고객사를 확보해 서비스를 확장한다. 최근 종근당과 헬스케어 통합 리워드 플랫폼을 만들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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