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윤진 고팍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인터뷰
국내 거래소 최초 리퀴드 기술 적용…비트코인 거래 10분→2분으로
자유로운 국내외 거래로 차익거래 기회 제공

이제 비트코인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제대로 된 가치를 모른다. 2017년 불어닥친 광풍으로 인해 투자 또는 투기용으로만 인식한다. 비트코인은 사실 암호화폐이자 이 화폐가 작동하는 방식, 기술이다.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블록체인 업계가 비트코인으로 계약과 결제 등 화폐 이외의 다른 가치로 활용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은 투자용으로만 쓰인다. 다양한 시도 중 유의미한 성공 사례는 없다. 비트코인 본질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리퀴드 사이드체인이 등장했다. 비트코인 장점은 부각하고 단점은 개선할 수 있는 유의미한 기술 시도다. ‘비트코인에 달린 날개’라고도 불린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혼잡도와 관계없이 비트코인을 빠르게 입·출금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기술을 우리나라 거래소 최초로 도입한 곳이 있다. 고팍스다. 13일 IT조선이 공윤진 고팍스 공동창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송파구 고팍스 본사에서 만난 이유다. 공 CTO는 3번째 반감기를 막 거친 비트코인이 리퀴드 기술을 만나 가상자산 생태계에 새로운 티핑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공윤진 CTO와 일문일답.

공윤진 고팍스 CTO가 IT조선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리퀴드 사이드체인’을 설명하고 있다. / 스트리미
공윤진 고팍스 CTO가 IT조선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리퀴드 사이드체인’을 설명하고 있다. / 스트리미
―비트코인 반감기가 허무하게 지나간 느낌이다. 어떻게 보는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긴 했다. 비트코인 채굴 수익성이 줄어들고 해시 레이트(hash rate·연산 처리능력을 측정하는 단위)는 줄지 않은 것을 볼 때 이미 반감기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된 듯 하다.

다만 이번 반감기는 블록체인 생태계에 긍정 신호다. 시장이 급격한 변동을 겪기 보다는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반감기때 변동폭이 심했던 것은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반감기에 맞물려 고팍스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최초로 리퀴드 사이드체인을 적용했다. 리퀴드 사이드체인은 무엇인가.

"리퀴드 사이드체인은 쉽게 말하자면 비트코인 기능을 확장시키는 날개다. 비트코인은 높은 보안성과 프로토콜 안정성, 자산으로서 사용성을 이유로 그간 부동의 1위를 지켰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블록당 처리 가능한 트랜잭션 수가 너무 제한적이다. 트랜잭션 시 걸리는 시간도 길다.

리퀴드는 비트코인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북미 소재 블록체인 스타트업 ‘블록스트림’이 글로벌 연합회를 구성해 만든 기술이다. 비트코인 메인 블록체인과 다른 특성을 가지는만큼, 별개 합의 과정을 통해 블록을 생성하지만 메인 블록체인과 쌍방향으로 자산을 옮길 수 있다. 비트코인 가치를 1:1로 옮겨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기술인 셈이다."

―리퀴드 사이드체인을 적용한 배경이 따로 있나.

"고팍스 운영사인 스트리미는 단순히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블록체인 확장성과 사용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부터 블록스트림과 협업한 이유다. 블록스트림이 리퀴드를 선보인 2018년 스트리미 경영진은 리퀴드가 비트코인의 최대 장점은 보장하되 단점은 개선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봤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리퀴드 이사회에 출마해 목소리를 높이기로 결정한 이유다."

― 생존 전략으로 규제 샌드박스 등 국가 사업을 노리는 일부 국내 거래소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기술로 가상자산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는 느낌이다.

"우선하는 가치가 달라서 그런 것 같다. 고팍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용이다.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이유도 2008년 금융 위기로 신용을 잃었던 기존 금융 업계 때문이다. 고팍스는 신용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도모하고 다른 산업과 협업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질·양적으로 키우고자 한다."

― 고팍스가 얼마 전 ‘리퀴드 비트코인(LBTC)’이라는 종목을 상장시켰다. 이를 토큰 개념으로 봐야하나.

"표현은 ‘사이드체인 토큰’이라고 했지만 역할은 고팍스 안에서 비트코인을 LBTC로 변환하는 용도다. 고팍스 고객이 비트코인을 리퀴드 사이드체인으로 옮기면 1:1로 LBTC로 변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리퀴드 사이드체인에서 LBTC를 비트코인 네트워크로 옮기면 1:1로 BTC로 변환할 수 있다."

메인 블록체인에서 리퀴드 사이드체인으로 자산을 옮기고(peg-in) 사이드체인에서 메인 블록체인으로 자산을 옮기는 과정(peg-out)/리퀴드 연합회
메인 블록체인에서 리퀴드 사이드체인으로 자산을 옮기고(peg-in) 사이드체인에서 메인 블록체인으로 자산을 옮기는 과정(peg-out)/리퀴드 연합회
―LBTC를 활용했을 때 투자자가 얻는 혜택은.

"가격 변동이 심할 때 비트코인 거래를 하면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LBTC를 활용하면 비트코인 거래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 10분 이상에서 2분으로 줄어든다. 가격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혼잡할 때 확정적으로 빠르게 옮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외에도 고팍스 고객은 리퀴드를 적용한 해외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옮길 수 있다. 국내외 거래소 간 비트코인 이동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거래소 간 가격 차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차익 거래 기회를 효과적으로 누릴 수 있다.

현재 리퀴드를 지원하는 해외거래소는 비스크(Bisq)와 비트파이넥스(Bitfinex), BTC페이서버, 런런빗, 리퀴디티, 호들호들을 포함해 15곳이 있다."

― 이번 리퀴드 적용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지니는 의미는.

"비트코인 기능을 확장시키겠다며 당장 과도한 약속을 하는 경우가 여태 너무 많았다. 대부분 비트코인 프로토콜을 변경하면서 비트코인 장점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를 낳지 못했다.

이번 시도는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변경하지 않으면서 확장성을 제공한다. 앞으로 리퀴드 연합회 구성원과 네트워크를 유지해 안정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서 가치를 창출할 예정이다. 전반적으로 생태계가 한 발짝 성장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본다."

― 비트코인이 만들어진 지 12년이 지나서야 리퀴드를 통해 기능이 확장됐다. 비트코인이 일상에서 쓰이는 날도 올까.

"우선 리퀴드 사이드체인은 거래소에만 적용 가능한 기술이 아니다. 거래와 결제, 계약 등 다방면에 활용될 수 있다.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리퀴드의 확장 가능성을 보고 세계적인 금융사도 리퀴드 연합회에 가입했다. 지금은 아무래도 비트코인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거래소인지라 거래소에 우선 적용됐다.

비트코인을 통한 추가적인 기능을 필요로 할 때가 오면 일상에서 리퀴드 사용성은 높아질 수 있다. 리퀴드는 지금 당장 토큰을 발행할 수도, 결제 네트워크를 만들수도, 거래를 할 수도 있다.

추후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계약 당사자가 사전에 협의한 내용을 미리 프로그래밍해 전자 계약서 문서 안에 넣어두고 이 계약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 내용이 실행되도록 하는 시스템) 기능도 추가되기 때문에 거래소와 금융사 등 B2B 연결고리 역할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본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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