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미국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개정에 대해 ‘자국 이익을 해치는 자충수’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미국의 압박 속에서 ‘생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피력했다.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은 18일 열린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 2020 행사'에서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세계에 과연 어떤 이익을 줄지 이해할 수 없다"며 "미국이 글로벌 산업 갈등을 가속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 / 화웨이
궈핑 화웨이 순환 회장 / 화웨이
미국 상무부가 15일 화웨이를 대상으로 내놓은 새 제재안을 겨냥한 것이다. 수정된 FDPR은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한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화웨이는 자사가 확보한 특허를 무기화하지 않을 것이란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공급체인을 강조했다. 궈핑 순환 회장은 "화웨이는 8만5000여건의 특허를 보유 하고 있지만, 이를 무기화하지 않을 것이다"며 "표준과 공급망이 훼손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으며, 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계는 지식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 통일화된 글로벌 표준 시스템 보호, 협력적인 글로벌 공급망 형성 등을 위해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통신기업이 독자적인 통신장비 표준을 채택한 결과, 경쟁력을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궈핑 순환 회장은 "미국 통신장비 업체 중 현재 화웨이의 경쟁상대가 없다"며 "반면 유럽 통신기업은 국제 표준에 협력해 엄청난 이익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기조연설 이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 전 미국의 제재에 대한 성명도 발표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이같은 행보가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을 통해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제재를 전면 반대한다"며 "미국의 수정 제재안은 무지막지하고 엄청난 산업 파괴력을 갖췄으며, 화웨이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170개 국가, 3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FDPR 개정은)네트워크 안보 옹호를 표방하던 미국의 입장과 모순된다"며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이용해 타 기업에 압박하는 것은 미국 기술과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신뢰를 약화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이익을 해칠 것이다"고 꼬집었다.

또 "우리는 이 사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사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최선을 다해 솔루션을 찾을 것이며, 차별적 규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사 및 공급업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궈핑 순환 회장은 성명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미국의 수정 제재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질문에 "아직 검토해서 정리 중이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는 평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생존하고 살아남는 것이 화웨이의 키워드다"며 "다양한 제재 하에서 어떻게 할 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