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의 스팀은 2003년 등장해 게임 유통 산업 구조를 실물 패키지에서 디지털 다운로드 방식으로 바꾸는 혁신을 일으킨 게임 유통 플랫폼이다. 스팀은 시장에 등장한 이후 최근까지도 꾸준히 독과점적인 지위를 누린다.

하지만 게임·게임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2018년 12월 세계에 선보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선보이며 스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후발주자인 만큼 스팀과의 경쟁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데, 무료 게임 배포 전략이 먹히며 도전이 통하는 분위기를 보인다. 락스타게임즈의 오픈월드게임 GTA5 프리미엄 에디션을 무료로 배포한 수 분위기가 크게 업그레이드 됐다. 무료 게임을 내려받으려는 사람이 대거 몰리며 스토어가 트래픽 과부하로 잠시 먹통이 되기도 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게임 유통 플랫폼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무료게임을 배포하는 전략을 취한다 / 아이클릭아트,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게임 유통 플랫폼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무료게임을 배포하는 전략을 취한다 / 아이클릭아트,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는 스토어를 선보일 당시 스팀과 직접 경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블리자드가 배틀넷을 통해 자사 게임을 유통하고, GOG가 고전게임을 유통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등장할 당시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스팀 등 게임 유통 플랫폼을 유통하는 기업은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요구했다. 개발자가 실제로 가져가는 몫은 나머지 70%에서 퍼블리싱 비용 등을 제외하면 더 적다.

개발자 출신인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수수료를 12%만 받아도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수료율 12%를 안착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꿈을 실현하려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 키워야 한다.

에픽게임즈는 무료게임을 대거 유통하는 방법으로 영향력 확장에 나선다. 에픽게임즈는 일정 기간 자사 회원을 위해 무료 게임을 배포한다. 게이머는 무료 게임을 스토어 라이브러리에 해당 게임을 추가하기만 하면 평생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 출범 후 최근까지 무료로 배포한 게임은 GTA5, 월드워Z 등 총 98개다. 무료 게임 다운로드 횟수는 2020년 1월 기준으로 2억회를 넘겼다. 무료 게임 결정은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매주 선정해 제공하거나 개발사 자체 의지에 따라 이뤄진다.

에픽게임즈 한 관계자는 무료 게임을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게임 하나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개발자·퍼블리셔·이용자와 함께 더 많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유기적 생태계를 지향한다"며 "무료 게임을 배포해 다양한 개발사의 작품을 더 많은 이용자가 접할 수 있도록 하면 해당 개발자의 새 게임 개발·출시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더 많은 개발사가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성공을 경험하고 이용자에게 즐거움을 즐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에픽게임즈 스토어 플랫폼 전체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무료 게임을 받는 적기는 5~6월이다. 에픽게임즈는 ‘에픽 메가 세일’ 행사를 6월 11일까지 진행하고, 매주 ‘대작급’ 무료 게임을 배포한다. 유명 AAA급 게임 다수는 큰 폭으로 할인 판매한다. 첫 작품은 21일까지 배포하는 락스타게임즈의 오픈월드게임 GTA5다. 이 게임은 첫날 매출 8668억원쯤을 기록해 게임, 영화 등 문화콘텐츠 역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GTA5 무료 배포 소식이 퍼지자 사람이 몰리면서 에픽게임즈 스토어 서버가 마비되고, 한국에서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에 오래도록 머무르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GTA5를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배포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GTA5를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배포하는 모습 / 오시영 기자
에픽게임즈는 22일부터는 다른 비슷한 급의 다른 게임을 배포할 예정이다. 각종 이용자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메가 세일 기간 무료 게임으로 문명6, 보더랜드3,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 등을 후보로 거론한다. 다만 회사 측은 어떤 게임을 무료로 배포할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최근 상점 편의 기능 또한 다수 추가하면서 스팀 추격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출시 초기만 해도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스팀에 비하면 사용자 접근성, 편의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비판을 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 저장, 위시리스트 등 기본적인 기능을 꾸준히 추가했다. 18일에는 셀프 환불 기능을 추가해 이용자가 구매한 게임, 콘텐츠를 간편하고 비교적 빠르게 환불할 수 있도록 했다.

20대 게임 이용자 A씨는 "오픈월드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GTA5는 워낙 대작이라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오랜만에 방문해 게임을 받아뒀다"며 "무료게임 배포는 이용자를 모으는 데는 확실히 효과적인 수단이긴 하지만 이들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서버를 갖추고, 모드 지원 등 부가 기능, 인프라를 확충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IT조선은 6월 2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 클라우드를 살펴볼 수 있는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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