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스타트업 찾기 서비스 출시…투자 시장 비대칭 해소
"부동산 투자는 ‘현재’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매물이 있는지만 확인하죠. 팔린 매물은 누구도 홍보하거나 관심갖지 않아요. 거들떠도 안봅니다. 재밌는건 현재 스타트업·벤처 시장에 도는 투자 정보는 부동산 시장과 정 반대에요. 어떤 스타트업이 투자를 필요로 하는지는 주목을 못받습니다. ‘어떤 스타트업이 얼마를 투자받았다더라’ 같은 이미 투자가 끝난 곳에 관심이 쏠리죠. 이는 스타트업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최근 IT조선과 만나 ‘스타트업 찾기’ 베타 버전을 내놓은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스타트업은 기업 성장을 위해 투자가 절실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 특성상 앞날이 불투명하다. 아무리 서비스가 좋더라도 창업자 능력이 부족해 사업이 제대로 크지 못하기도 하며, 반대의 경우도 있다. 또 서비스와 창업자가 좋아도 다양한 외부 여건으로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이러다보니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하다. 투자가 절실한 스타트업은 투자자를 찾을 수 없다. 반대로 투자자는 좋은 스타트업을 찾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벤처캐피탈(VC)은 스타트업 정보를 공유한다. 이는 이름이 알려진 스타트업에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정보가 어떤 경로로 VC들에 유통되고 있는지를 모른다. 이름이 알려진 스타트업에는 계속 투자가 이뤄지는데 반해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이유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선보인 와디즈가 스타트업 찾기 서비스를 내놓은 가장 큰 이유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해 스타트업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에서다. 와디즈는 2012년 5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으로 설립됐다. 한국 1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현재는 증권형과 리워드형을 병행하며 어느때보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 스타트업 찾기 서비스를 베타 버전으로 나왔다. 어떤 서비스인지
"스타트업 찾기 서비스는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온라인 IT 플랫폼 서비스’다. 와디즈와 제휴한 스타트업이 IR자료를 공개해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발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은 원하는 스타트업 정보를 패키지 형태로 받아볼 수 있다. 스타트업은 어떤 투자자(엔젤·기관 등)가 회사 IR자료를 열어봤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방향성있는 작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 투자자에게 기업 데이터를 제공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기업에게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쌍방향 서비스인 것 같다
"그렇다. 평소 투자자가 볼 수 있는 기업 데이터는 세무신고로 인해 생겨난 아주 기본적인 회사 정보에 불과하다. 스타트업같은 신규 사업자를 검색하는 서비스는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찾기 서비스는 회사 영상과 회사 소개, 팀 구성원 등 스타트업에 대한 종합 패키지 정보를 제공한다. 회사 관리자가 관련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누가 내 회사에 관심을 가졌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말 좋은 기회가 생겨 A라는 VC에 투자 설명서를 가져다 줬다고 가정해보자. 몇 주후 C라는 VC를 만났는데 이 VC가 이미 이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를 궤뚫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VC들끼리 서로 IR자료를 돌려본 것이다. 현 시장에서 스타트업은 누가 내 회사에 관심을 가졌는지 모른다. 와디즈 서비스는 VC등 투자자가 관심있는 기업에게 별도로 ‘IR자료 요청하기’ 기능을 활용해야만 기업 자료를 받아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소속과 직책 등 증빙 서류를 와디즈에 제출해야 한다."
― 현재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문제는 뭐라고 보나
"이 시장에 참 재밌는 룰(rule)이 하나 있다. 투자를 받으려면 ‘콜드 콜(cold call·미지의 가망고객에게 투자를 권유하기 위해 전화로 접촉하거나 방문하는 행위)’을 하지 말라는 암묵적 행위다. 투자는 받아야하는데 막상 투자자를 찾아 나서지는 말라는 소리다. 과거 왕이 불러주기 전까지 알현할 수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투자자를 찾아나서지 않으면 투자를 어떻게 받나
"그게 재밌는 룰이면서도 참 문제다. 스타트업들은 데모데이 등을 통해 자신을 어필한다. 여기서 내 비즈니스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투자가 성사된다. 완벽히 투자자 중심으로 구성된 시장이다.
VC도 답답해 한다. 어디선가 열심히 일하는 스타트업을 만나는 게 핵심 역량인데, 이런 룰 때문에 업계에서 인맥으로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딜을 발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냐고 물어보면 어떤 이는 신문을 본다고 하고, 어떤 이는 데모데이같은 행사를 다닌다고 한다. 모두가 다른 대답을 한다. 공통적으로 보는 서비스가 없다는 방증이다."
"직접 IR자료를 등록하고 업데이트한 스타트업은 1000개 이상이다. 하루 기준 IR자료를 요청하는 수는 100건 정도다. 이 중 VC 비중은 30%다. 꽤 많은 수다. 아직 컨퍼런스콜 기능은 추가하지 않았는데, 향후 이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IR자료를 본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회사에 미팅을 요청하는 형식을 고려하고 있다."
― 스타트업 정보를 DB화한 서비스는 국내에 많다. 와디즈의 ‘스타트업 찾기’ 서비스는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와디즈는 DB 양과 질이 다르고 서비스 정체성(service identity)이 뚜렷하다.
DB는 양으로도 비교가 안되지만 질 자체가 다르다. 통상 스타트업 정보를 DB화한 서비스를 보면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유치한 이후의 정보, 즉 사후적인 정보를 다룬다. 이는 스타트업이 ‘나 이만큼 투자받았어’라며 자랑하기 좋은 정보지, 유용한 정보는 아니다.
와디즈는 이런 사후 정보가 아니라 실질 수요가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베타 서비스에서 ‘와디즈 투자’를 클릭하면 투자 진행 중인 회사 리스트가 뜬다. 이 회사들을 클릭하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링크로 연결된다.
와디즈는 서비스 정체성도 뚜렷하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해 회원만 300만명 가까이 확보했다. 월 방문자 수는 1000만명 이상이다. 스타트업이 투자받기 위해 자신들을 노출할 좋은 채널인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에 공평하게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 정체성이 뚜렷하다고 해서 말인데, 와디즈는 핀테크 회사냐 중개업체냐.
"하는 게 많다보니 업종이 뭐냐고 물어볼 때 늘 대답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와디즈는 핀테크 시작을 알린 회사다. 현재 핀테크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는 회사다. 핀테크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리워드형과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같이 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통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인식될 듯 하다."
― 핀테크 영역을 확장하려는 이유가 있는지.
"지금 국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핀테크 서비스는 소비자 금융 중심이다. 와디즈는 기업과 금융기관을 이어주는 기업 금융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수요가 크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엔젤 투자자 시장 위주라 기업이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번 스타트업 찾기 서비스를 통해 기관 투자자까지 연결시키려 한다.
목표하는 곳이 있다면, 미국에 ‘실리콘밸리 뱅크’라는 곳이 있다.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다. 와디즈는 에쿼티로 시작해 대출까지 해주는 방향으로 갈 생각이다. 기업 금융에 초점을 맞춰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를 분별하는 서비스를 하고 싶다."
"이 서비스로 와디즈는 법인에는 광고 서비스를, 개인 회원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재는 투자자에게 기업정보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요가 커지면 구독 서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후 모델에서는 기업 금융 시장을 대상으로 관련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스타트업 찾기에 이어 새로 준비중인 서비스도 있나
"앞서 공간와디즈라는 서비스를 내놨고, 곧 국내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돕는 ‘와디즈 트레이더스 서비스’를 출시한다.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제품을 공개하는 B2B 서비스다. 공간 와디즈를 안착시킨 후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와디즈 글로벌이라고 봐도 이상이 없다."
― 와디즈가 중국 상품을 가져다 판다는 논란이 있었다. 트레이더스에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지
"와디즈 트레이더스 경쟁력을 언급하기에 앞서 지적된 부분은 와디즈가 앞으로 잘 해소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와디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더 힘을 쏟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대처를 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 오해가 생겨나고 가짜 뉴스도 생산됐다. 때문에 앞으로는 정확히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와디즈 플랫폼을 경영하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의 경쟁력을 깨달았다. 해외에 나가도 될 정도로 경쟁력 있는 제품이 많다.
과거 와디즈가 유명해지기 전 필리핀에 간 적이 있다. 귀국날 지인이 무역회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얼떨결에 강연장에 갔는데 장소가 무역회사 관계자로 꽉 찼다. 모두가 와디즈에 올라오는 제품 목록을 꼼꼼히 살펴본다고 했다. 여기서 와디즈 트레이더스의 수요를 확인하게 됐다."
유진상·김연지 기자 jinsang@chosunbiz.com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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