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시대가 21년 만에 막을 내린다.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이 20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서명법 전부 개정안이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까지 연이어 통과됐다. 재석 173인에 찬성 171명, 기권 2명으로 의결됐다.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은 공인인증기관과 공인인증서, 공인전자서명 제도 등 폐지가 골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지정한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한 공인인증서에 부여하던 법적 지위를 없애고 모든 전자서명에 동등한 효력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 활성화가 목적이다. 전자서명 이용자 보호 조치도 강화한다.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 모습 / 국회방송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 모습 / 국회방송
기존 전자서명법은 1999년 제정됐다. 인터넷 보급 초기 보안성을 높이고자 도입됐다. 금융과 쇼핑, 행정 등 온라인 업무 처리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앞서가는 IT 서비스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다양한 온라인 활동에 불편을 초래했다. 액티브엑스(ActiveX) 설치 등에 따른 인증서 보관과 갱신이 어렵고 다양한 기기에서 쓰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글로벌 표준과 격차도 있었다.

또 ‘OO페이'라 불리는 새로운 전자서명 서비스가 시장 곳곳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공인인증서의 법적 지위가 우월하다 보니 전자서명 시장을 독점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자연히 관련 산업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인인증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시민단체와 법률 전문가, 인증 기관 등이 참여한 4차산업혁명위원회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을 개최하고 검토를 거쳐 2018년 9월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전자서명 시장에서 사설인증 업계 중심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개정안 통과에 "전자서명의 시장 경쟁이 촉진돼 블록체인과 생체인증 등 신기술 기반의 다양한 전자서명 개발, 이용이 활성화할 전망이다"며 "국민의 전자서명 이용 편리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로운 전자서명 기술의 확산으로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사물 간 인증 관련 혁신 서비스 창출에도 기여할 전망이라는 게 정부 평가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번 개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서비스 핵심인 인증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며 "법 시행 전까지 시행령 등 하위 법령 개정에 노력을 기울여 제도 변화에 따른 국민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