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정부, 美 EPN 구상 반년 지나도 유관부처 협의조차 안해

김준배 기자
입력 2020.05.22 15:22
미국 정부가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 구상을 제안한지 반년 가량 지났음에도 우리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사실상 방관해온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외교부측은 21일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실무부처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외교부 청사 / 조선DB
22일 정부 당국 및 언론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의 EPN 구상에 대해 실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20일(미국시간) 진행된 전화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한국과 EPN 구상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크라크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태호 2차관과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한 바 있다.

EPN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하는 친미 국가 구성 경제블록이다.

외교부는 한미 EPN 구상 논의 직후인 21일 미중 갈등 상황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대응방안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정작 실무부처인 산업부는 협의 요청을 받은게 없다는 반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그것(EPN 구상)과 관련돼 산업부에 확인되는 것은 없다"며 "지금 알아보고 있지만 우리쪽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PN 구성은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이다. 국가적으로 EPN 가입에 따른 실익을 산업계와 함께 따져보고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6개월이 지났는데 산업부처에 검토 지시도 못받았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문제점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2016년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상으로 심각한 사안이란 반응이다. 문병기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하게 얽혀 있어 우리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미중 폐권싸움으로 우리가 어느편을 들던 상처만 남을 것"이라며 정부의 보다 상황을 심각하게 볼 것을 주문했다.

김준배 기자 joon@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