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년 내에 4만5000여명에 달하는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재택(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직원들에게 밝힌 근무 방식 변화 계획이다. 이는 페이스북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앞서 잭 도시 트위터 CEO는 12일(현지시각) 5100여명의 모든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무기한 재택근무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인 쇼피파이도 재택·유연 근무 확대 방침을 밝혔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시작으로 재택근무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 근무 환경의 뉴 노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서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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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포스트 코로나의 뉴 노멀…ICT 기업이 이끌어

21일(현지시각) 저커버그 CEO는 직원들과 주간 영상 스트리밍 회의에서 재택근무 체제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10년 내에 50% 이상의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지만 이는 그의 목표가 아니다. 목표는 전직원의 재택근무다. 그는 이런 근무 환경이 자연스럽게 도입되고 전 기업의 근무 문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직원의 재택근무에 앞서 저커버그 CEO는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인재를 우선순위로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4가지 조건은 숙련도 높은 고위직 직원과 최근 업무 평가에서 높은 평점을 받은 직원,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팀 종사자, 해당 그룹 책임자 승인을 받은 직원 등이다.

앞서 잭 도시 트위터 CEO 역시 무기한 재택근무 방침을 밝히면서 ‘분산된 인력(distributed workforc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사무 공간에 모여서 일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일하는 걸 의미한다. 본격적인 재택 근무인 셈이다.

미국의 대표 모바일 결제 업체 스퀘어 역시 재택근무를 무기한 허용했고,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나다 기업 쇼피파이도 코로나19 위험이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5000명의 직원을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6월 1일부터 정상근무를 계획했던 구글 역시 재택근무 기간을 7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NHN 등이 정상 출근 계획을 철회하고 재택근무 연장에 들어갔다. SK텔레콤의 경우 재택근무 체제를 철회하고 순차적으로 출근을 재개했다가 다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다.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 등이 이유

재택근무 활성화는 분명 코로나19가 그 이유다. 트위터는 무기한 재택근무를 선언하며 "지난 몇 달간의 재택근무 경험을 통해 앞으로 직원들이 집에서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코로나19가 방아쇠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데서 찾을 수 있다. 트위터는 당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탈중앙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 세계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역시 코로나19 이전부터 재택근무 시스템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재택 근무에 확신을 갖게 된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즉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이다. 저커버그 CEO는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집에서 근무할 때 기대보다 훨씬 더 생산성이 높았다"며 "일반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이유를 비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추가 지출되는 비용으로 인해 비용 절감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기대한 건 사회적 연결과 문화, 그리고 창의성이다"라고 강조했다.

스퀘어 역시 재택근무를 무기한 허용하며 "우리는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이라고 느끼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했다.

업무용 메신저·협업툴 잔디를 서비스하는 토스랩이 16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택근무 경험자의 68%는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78%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업무를 비교했을 때 "생산성이 유지 또는 향상됐다"고 대답했다.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박스의 에런 레비 CEO는 WSJ에 "직원들이 이미 8주째 출근하지 않았지만 업무에 지장이 없다"며 "출퇴근이나 출장 등 기존 일과에 영향을 끼쳤던 많은 것들을 제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