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구조조정 폭풍우에 휩싸였다. 미국 2위 렌터카 업체 허츠는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는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이다.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는 자국 정부에 대규모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렌터카 업체 허츠 이미지/ 허츠
렌터카 업체 허츠 이미지/ 허츠
102년 역사의 렌터카 업체 허츠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 악화로 22일(현지시각)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법원이 기업을 청산하기보다 존속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정관리가 시작된다. 채무상환이 일시적으로 연기돼 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19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설립된 허츠는 미국·유럽·아시아 등 150국에 영업망 3만개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알라모·엔터프라이즈 등의 브랜드를 가진 엔터프라이즈에 이어 2위다.

허츠가 3월 말 현재 가용한 현금은 10억달러(1조2400억원)다. 반면 부채는 187억달러( 23조197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었다.

이 회사는 직원 1만2000명을 해고하고 4000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차량구매비를 90% 삭감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중단하는 등 연간 25억달러(3조1000억원)를 절감하는 자구책도 시행했지만 파산을 피할 수 없었다.

르노 그룹은 프랑스 내 공장 4곳을 경영혁신 계획에 따라 폐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가 공장 4곳을 폐쇄하면 20억유로(2조7000억원)의 고정비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르노 측은 이에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르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르노삼성차
르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르노삼성차
르노의 지분 15.01%를 가진 최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는 대량 실직을 유발하는 르노의 이같은 계획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20일 상원에 출석해 "르노의 프랑스 공장을 유지하는 것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며 "르노는 혁신을 해야 하지만, 프랑스 현실을 고려하고 프랑스의 생존을 도울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카를로스 곤 전 회장 낙마 스캔들로 타격을 입은 르노가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자 50억유로(6조7000억원)의 긴급대출안을 마련한 상태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재정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 10억파운드(1조5100억원) 이상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2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스카이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재규어 랜드로버는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와 임시 자금지원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뉴스는 재규어 랜드로버가 세금 감면, 연구비 및 보조금 등으로 20억파운드(3조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사의 1분기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30% 이상 줄었다. 재규어 랜드로버 대변인은 약 2만명의 직원들이 정부의 고용 유지 계획 프로그램을 활용 중이며 이들이 실직 위기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