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이통사들이 때 아닌 4G(LTE) 스마트폰 출시에 허탈해하고 있다.

5G 가입자가 늘어야 5G 관련 설비투자(CAPEX)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해 상반기에만 4조원에 달하는 5G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터라 LTE폰 출시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왼쪽), 샤오미 홍미노트9S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왼쪽), 샤오미 홍미노트9S
25일 이통업계는 연이은 LTE 스마트폰 재출시 및 신규 출시에 대해 침체된 스마트폰 경기 회복이라도 기대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스마트폰 제조사의 결정에 대해 아쉽지만 LTE폰 출시에 따른 번호이동 또는 기기이동 고객이라도 잡겠다는 반응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유통망이 3~4개월 어려움을 겪으면서 LTE 고객이라도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과감한 5G 투자를 요청하는 상황에 정작 제조사가 LTE폰을 재출시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동통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단말 제조사가 어떤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에 대해 통신사가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LTE폰 출시 현상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G 인프라가 대거 구축되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5G로 이동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지원금과 리베이트 등의 금전적 요인"이라며 "LTE폰 가격이 저렴하다면 반짝 인기는 있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며 결국 같은 가격이라면 5G폰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를 비롯 최근 LTE폰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SK텔레콤을 통해 갤럭시노트9 128GB 모델을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재출시했다. 갤럭시노트9은 2018년 하반기에 출시된 모델이다. 2년 전보다 30만원쯤 가격도 저렴해졌다.

삼성전자의 최신 5G 단말기인 갤럭시S20 시리즈가 부진하자 LTE폰으로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신형 스마트폰 벨벳(5G)을 출시한 18일 바로 다음날 갤럭시노트9를 재출시했기 때문이다. 앞서 LTE 단말기 강자 애플도 중저가 아이폰SE 시리즈를 출시한 상황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도 한국 시장을 노린다. 샤오미는 LTE 스마트폰 '홍미노트9S(Redmi Note 9S)'를 오는 29일 국내에 출시한다. 2019년 이맘때와 달리 LTE 제품 경쟁이 치열해진 원인으로 ‘코로나19’와 ‘5G 가입 둔화'가 지목된다. 비싼 5G 요금제를 기피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조사들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