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메모리로 알려진 ‘자성메모리(MRAM)’의 전력 소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5G 통신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처리할 데이터양이 늘어나면서 메모리 반도체 전력 소모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성과로 ‘차세대 초저전력 M램’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IST가 개발한 초저전력 차세대 자성메모리 반도체 소자 사진 / KIST
KIST가 개발한 초저전력 차세대 자성메모리 반도체 소자 사진 / 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6일 이기영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스핀융합연구단 박사팀과 손지원 에너지소재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초저전력 고속 자성메모리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자성메모리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물질인 YSZ(이트리아 안정화 지르코니아·yttria-stabilized zirconia)를 활용해 수소이온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AI 및 5G 기술의 발전으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발생, 반도체 메모리 소자의 고집적화와 전력 소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인 자성메모리 기술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자성메모리는 자료 처리 속도가 빠른 D램과 전원이 꺼져도 자료가 지워지지 않는 플래시 메모리의 장점을 동시에 지녔다.

전류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메모리와 달리 자성메모리는 전자의 회전(스핀)에 의한 자성(磁性)을 활용한다. 전자는 특정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스핀’이라고 하며 물질에 자기장을 가해주면 스핀의 방향을 정렬할 수 있다.

자성메모리는 스핀의 정렬 방향에 따라 정보를 저장하는데 이 방향을 바꿀 때 필요한 전력이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국내 대기업에서 상용화에 성공해 시제품이 나왔지만, 소비전력이 매우 높아 전력 소모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

자성메모리 반도체 소자에 수소이온을 주입하면 적은 전력으로도 스핀의 정렬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전력 소비 효율이 매우 높지만,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었다.

공동 연구진은 세라믹 연료전지(SOFC) 분야에 전해질로 사용하는 높은 이온전도도를 가진 물질 ‘YSZ’(이트리아 안정화 지르코니아)를 자성 소자에 접목해 수소 이온을 주입했다. 이를 통해 수소 이온 이동의 효과를 극대화해 높은 효율을 유지하면서 스핀의 정렬 방향 전환 속도를 기존 대비 100배 향상한 소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기영 KIST 박사는 "연료전지 분야에서 활용하는 재료를 자성메모리에 적용한 것은 종합연구소인 KIST의 장점을 매우 잘 활용한 융합연구성과"라며 "자성메모리 기술은 기존 메모리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상용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중 가장 특성이 우수한 메모리로서 사업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