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동 IP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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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과 같은 소소한 사무용품부터 전기·전자, 광학필름에 첨단 헬스케어까지. 3M의 제품 라인업은 넓고도 깊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우리 생활 속에서 3M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 편에서는 6만5000여개에 달하는 3M의 취급품목을 특허 관점에서 분석해보고, 또 이를 통해 3M이 추구하는 혁신의 방향과 그 지향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無국경

1902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광산회사로 출발한 3M은 설립 초기 사포나 연마제 등 채광에 필요한 용품을 주로 제조했다.

미국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3M이 특허를 첫 출원한 건 설립 20년만인 1922년이다. 이후 3M은 2020년 5월 현재 전세계에 약 12만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3M은 해마다 4000건 이상의 특허를 각국에 출원중이다.

우리나라에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과 비슷한 수량의 특허를 내놓고 있다. 그만큼 한국을 핵심 글로벌 마켓으로 본다는 얘기다.

주요국별 3M 특허 출원 누계 현황(단위: 건) / 각국 특허청
주요국별 3M 특허 출원 누계 현황(단위: 건) / 각국 특허청
그 단적인 예가 바로 2019년 12월 미 특허청이 공개한 ‘클리닝 툴’이라는 US특허다. 이 특허는 경기도 동탄에 있는 한국3M 기술연구소가 자체 개발해 지난 2016년 대한민국 특허청에 우선출원한 ‘웹의 탈착이 용이한 청소도구’라는 KR특허가 모체다.

웹, 즉 걸레와 청소도구가 쉽게 탈부착된다는 게 이 특허의 핵심. 이후 이 기술은 미국 본사 IP 전담 조직 ‘3M 이노베티브 프로퍼티즈’(3M Innovative Properties)에 의해 US특허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만큼 한국 기술진의 실력과 역량을 신뢰한다는 얘기다.

US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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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40년이 훌쩍 넘은 한국3M은 1600여명의 직원이 1만7000여 가지의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며, 연매출 2조원 가량을 올리고 있는 3M의 핵심 해외조직중 하나다.

無몰빵

3M은 총 2만1532건의 미국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윈텔립스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온 3M의 US특허 출원추이는 2000년대 들어 매년 900건 안팎의 비교적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3M US특허 출원 추이 / USPTO∙윈텔립스
3M US특허 출원 추이 / USPTO∙윈텔립스
주목할 점은 3M 특허의 전체 구성이다.

이들 특허를 CPC, 즉 선진특허분류 코드 기준으로 잘게 나눠보면, 어디 하나 치우침 없는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장 많아 봤자 전체 25%인 ‘화학/야금’(C09J), 즉 접착제 관련 특허이다.

다음으로는 22%를 차지하는 광학제품(G02B)과 치과용 장비 등 의료기기, 각종 필터 등 환경 제품, 반도체 장비·전기소자 등의 순이지만 이들 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만큼 3M의 특허 포트폴리오가 다채로우면서도 촘촘하다는 얘기다.

3M 특허의 기술별 구성 / 윈텔립스
3M 특허의 기술별 구성 / 윈텔립스
그 가운데 최신 특허 하나 보자. ‘소음감소 부재를 활용한 귀마개 장치’라는 미국 특허다.

2020년 1월 2일 새해 들어 첫 공개된 3M의 특허다. 기존 방음 귀마개는 스폰지 등의 장치를 통해 물리적 소음제거에 초점을 뒀다면, 이 특허는 귀마개 본체내에 부착된 소음 감쇠 부재와 각 이격부간 공기 간극 등을 공명학적으로 계산해, 최상의 소음 차단 종횡비를 산출해낸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귀에 닿는 물리적 마찰이나 해당 부재 사용은 최소화하면서도, 외부 소음 차단율은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US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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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추궁

"실패는 있어도, 추궁은 없다."
이 말은 3M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금언처럼 내려오는 말이다.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무수한 실패가 있을 순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묻고 따지는 문화는 3M엔 없다.

3M하면 떠오르는 포스트잇도 원래는 초강력 본드를 개발하려다, 접착능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접착제를 만드는 바람에 나온 초대박 히트작이다. 개발 실패 4년 뒤인 1974년 이 본드를 메모장 한귀퉁이 도포하자, 자유자재로 착탈이 가능한 신개념의 메모장, 바로 포스트잇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자유와 창의, 3M 특허의 자양

’카덴쟈(Cadenza)’라는 음악용어가 있다. 협주곡 말미에 독주자가 무반주로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소위 ‘개인기 타임’을 일컫는다. 지휘자는 물론, 수십명 동료 연주자의 무한신뢰가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교향곡의 백미이자 장관이다.

3M에는 ‘15%룰’이 있다. "근무시간의 15%는 업무외 딴짓을 하라"는 게 이 룰의 골자다. 그만큼 직원들을 믿고 그들의 창의성과 독립성을 북돋워주겠다는 3M의 의지가 엿보인다. 3M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특허 기술은, 바로 이같은 기업 문화 속에서 발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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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 IP컨설턴트

윕스 전문위원과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 편집장, 전자신문 기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SERICEO에서 ‘특허로 보는 미래’를 진행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100 △ICT 시사상식 등이 있습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글로벌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의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에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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