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는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수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이번 주에는 일제 강점기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 작가이자 전위(前衛) 문학가 이상(李箱, 1910~1937)의 단편소설 《날개》를 골랐습니다. 본명이 김해경(金海卿)인 이상은 서울에서 태어나 시인·소설가·수필가·건축가로 활동한, ‘천재’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문제적 작가입니다. 무기력한 삶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아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날개》를 필사하면서 찾아보세요. /편집자 주

이상은 1931년 폐결핵 진단을 받고 병세가 악화되자 1933년 건축공무원직에서 물러나 황해도 배천온천에서 요양하였다. 여기서 알게 된 기생 금홍을 서울로 불러올려 종로1가에 다방 제비를 개업하며 동거하였다. 마땅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문학단체 ‘구인회’의 핵심 동인인 이태준, 정지용, 김기림, 박태원 등과 교유하면서 시 몇편을 발표하는 한편,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박태원(朴泰遠)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하융(河戎)'이라는 아호로 삽화(위 사진 외)를 그렸다. 소설 속에서 구보씨가 친구를 만나는 장소로 등장하기도 한 다방 제비를 1935년 경영난으로 폐업하고 금홍과 결별한다. 이후 서울 각지에서 다방 몇개를 열었다 넘기길 반복한다. 금홍과 살던 때의 경험이 진하게 녹아있는 작품이 1936년 발표된 《날개》다.
이상은 1931년 폐결핵 진단을 받고 병세가 악화되자 1933년 건축공무원직에서 물러나 황해도 배천온천에서 요양하였다. 여기서 알게 된 기생 금홍을 서울로 불러올려 종로1가에 다방 제비를 개업하며 동거하였다. 마땅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문학단체 ‘구인회’의 핵심 동인인 이태준, 정지용, 김기림, 박태원 등과 교유하면서 시 몇편을 발표하는 한편,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박태원(朴泰遠)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하융(河戎)'이라는 아호로 삽화(위 사진 외)를 그렸다. 소설 속에서 구보씨가 친구를 만나는 장소로 등장하기도 한 다방 제비를 1935년 경영난으로 폐업하고 금홍과 결별한다. 이후 서울 각지에서 다방 몇개를 열었다 넘기길 반복한다. 금홍과 살던 때의 경험이 진하게 녹아있는 작품이 1936년 발표된 《날개》다.
날개 ③ (글자수 811, 공백 제외 595)

경성역(京城驛) 시계가 확실히 자정을 지난 것을 본 뒤에 나는 집을 향하였다. 그날은 그 일각대문에서 아내와 아내의 남자가 이야기하고 서 있는 것을 만났다. 나는 모른 체하고 두 사람 곁을 지나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아내도 들어왔다. 와서는 이 밤중에 평생 안 하던 쓰레질을 하는 것이었다.

조금 있다가 아내가 눕는 기척을 엿보자마자 나는 또 장지를 열고 아내 방으로 가서 그 돈 이 원을 아내 손에 덥석 쥐어 주고 그리고— 하여간 그 이 원을 오늘 밤에도 쓰지 않고 도로 가져온 것이 참 이상하다는 듯이 아내는 내 얼굴을 몇 번이고 엿보고— 아내는 드디어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자기 방에 재워 주었다. 나는 이 기쁨을 세상의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편히 잘 잤다.

(중략)

그랬더니 아내가 또 내 방에를 왔다. 나는 깜짝 놀라 아마 이제야 벼락이 내리려 나보다 하고 숨을 죽이고 두꺼비 모양으로 엎드려 있었다. 그러나 떨어진 입을 새어나오는 아내의 말소리는 참 부드러웠다. 정다웠다. 아내는 내가 왜 우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란다.

나는 실없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사람의 속을 환하게 들여다보는고 해서 나는 한편으로 슬그머니 겁도 안 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아마 내게 돈을 줄 생각이 있나보다, 만일 그렇다면 오죽이나 좋은 일일까.

나는 이불 속에 뚤뚤 말린 채 고개도 들지 않고 아내의 다음 거동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옜소’하고 내 머리맡에 내려뜨리는 것은 그 가뿐한 음향으로 보아 지폐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내 귀에다 대고 오늘일랑 어제보다도 늦게 돌아와도 좋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박태원이 직접 삽화를 그린 경우도 있다. 1939년 2월 <조선일보>에 실린 유머 꽁트 《제비》가 그것이다. 자기가 글도 짓고 그림도 그린다는 의미로 ‘自作自畵’.
박태원이 직접 삽화를 그린 경우도 있다. 1939년 2월 <조선일보>에 실린 유머 꽁트 《제비》가 그것이다. 자기가 글도 짓고 그림도 그린다는 의미로 ‘自作自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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