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현실된 '굿바이 싸이월드'

김연지 기자
입력 2020.06.04 17:57
국세청, 5월26일자로 싸이월드 직권 폐업
전제완 대표는 과기부에 "폐업의사 없다"
과기부 오늘 오후 현장 조사…폐업 여부 확인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싸이월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싸이월드가 폐업해 미니홈피에 남아있던 사진첩 등 데이터는 복구가 어려울 전망이다.

4일 국세청 홈택스 등에 따르면 싸이월드는 5월 26일자로 폐업 처리됐다. 싸이월드 자진 폐업은 아니다. 관할 세무서장이 사업자가 사실상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사업자 등록을 말소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고액의 세금 체납이 발목을 잡은 걸로 판단된다.

앞서 싸이월드는 계속된 경영난과 임금체납 등 여러 문제에 휩싸여 직원 대부분이 퇴사했다. 서울 방이동 싸이월드 본사에는 지난 몇개월 간 직원이 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월드
과기정통부 "아직 신고 無…현장 조사서 파악 예정"

이 같은 소식을 듣고 뒤늦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현장조사에 나섰다. 아직 싸이월드 측으로부터 별도 폐업신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싸이월드가 실제 폐업을 한 것인지 현재 상황을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의도다.

부가통신사업자인 싸이월드가 폐업 절차를 정식으로 거치려면 이용자에게 폐업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또 과기정통부에도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는 국세청 사업자 등록증 말소와는 별개다.

다만 과기정통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이용자 보호 조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싸이월드 사업은 공적 영역이 아닌만큼, 정부 자금을 들여 사업권 보호를 도울 순 없다"며 "사업자에게 서비스를 정상화시키도록 유도하고 설령 폐지 의사가 있다면 30일 전에 고지할 수 있도록 인지시켜주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피해가 가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도 폐업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 측에 따르면 이날 전 대표는 과기정통부에 폐업 의사가 없다는 점을 피력했다.

텅빈 싸이월드 사무실 모습 / IT조선
"내 추억 어떡하지"…데이터 백업 가능 여부에 가입자 ‘전전긍긍’

문제는 사용자 데이터다. 싸이월드 홈페이지는 아직 접속할 수 있다. 다만 로그인이 원활하지 않다. 이에 기존 가입자들은 데이터를 백업하기 위해 싸이월드 하위 페이지인 ‘싸이월드 클럽’을 이용하거나 싸이월드 백업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고 있다.

싸이월드 클럽은 싸이월드 접속 우회로로 통한다. 현재 싸이월드 자체 로그인이 불안정한만큼, 클럽 로그인도 쉽지는 않다. 로그인에 한번 성공하면 데이터 백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접속 오류가 지속된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포털에 떠돌아다니는 싸이월드 백업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는 가입자도 늘고 있다. 이를 활용하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 전체 공개되어 있는 사진만 백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용자들은 싸이월드의 부활을 꾸준히 요청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18년 7월 ‘싸이월드 미니홈피 부활에 힘써주십시오’라는 글을 시작으로 지난 3일에는 싸이월드를 심폐소생시켜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오는 7월 3일 마감된다.

하지만 싸이월드를 살릴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미 국세청을 직권으로 폐업을 해 놓은 상태인 데다가 과기정통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싸이월드가 정식 폐업 절차를 밟으면 기존 이용자들은 사진 등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는 폐업 시 보유한 이용자 데이터를 즉시 파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한때 국민 SNS…틈틈히 재기 노린 싸이월드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는 월간 접속자 2000만명을 넘기면서 국민 SNS로 성장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해외 경쟁사 등장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프리챌을 창업한 전제완 대표가 2016년 경영권을 잡으면서 싸이월드는 또 한번의 재기를 노렸다. 삼성그룹 내 벤처스타트업 투자법인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8년에는 싸이월드 암호화폐 ‘클링’ 발행하는 등 블록체인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성과는 없었다.

결국 싸이월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무너졌다. 경영난과 임금 체불 문제가 짙어진 가운데 도메인(cyworld.com) 만료 시점이 2019년 11월까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홍역을 치뤘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싸이월드 서비스 종료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도메인을 1년 연장했다.

전 대표는 당시 싸이월드 매각을 암암리에 타진하기도 했다. IT 업계에 따르면 전 대표는 당시 싸이월드 매각을 위해 다수 업체들과 미팅을 추진했다. 전 대표는 당시 이에 대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이다"라면서 "투자 과정에서 인수 의향을 밝히는 곳도 나오지 않겠느냐"며 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현재 전제완 대표는 연락 두절 상태다. IT업계에선 전 대표가 사이트 운영 의지는 있지만 자금 문제때문에 운영이 어려운만큼, 폐업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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