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보유 친환경차 1031대 중 수소차 ‘전무’
‘수소차 1대 임차’ 환경부 "인프라 부족해 어쩔 수 없다"
올 5월 수소차 누적판매 2995대…2022년 6.5만대 보급 목표 요원
"전기차·수소차 공공부문 구매 비율 개별 지정 필요"

친환경 운송 수단으로 주목받는 수소차가 정부와 지차제 외면을 받고 있다. 환경을 가장 먼저 챙겨야할 환경부가 보유한 수소차는 고작 한대다. 서울시도 보유한 수소차가 두대에 불과하다. 제도화한 친환경차 공공부문 의무 구매가 대부분 전기차에 집중돼 있어, 수소차 보급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 수소차 ‘넥쏘’ / 현대차
현대 수소차 ‘넥쏘’ / 현대차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최근 공공부문 친환경차 구매실적 및 보유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공공부문의 신차 구매 중 27.6%(이하 2019년 말 기준), 보유 차량 중 12.7%가 친환경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다. 이들 부처는 공공부문의 친환경차 보유 비중이 전체 자동차의 친환경차 비중(2.5%)보다 5배 이상 높다고 ‘자화자찬’한 바 있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공공부문이 보유한 친환경차를 ‘전기·수소차’와 ‘하이브리드’로 구분했을뿐, 전기차와 수소차 대수를 별도 집계하지 않았다.

4일 IT조선이 주요 정부부처와 지자체 수소차 보유 대수를 파악한 결과, 수소차 보유 대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정부부처 중 가장 많은 1031대의 전기·수소차를 보유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수소차를 한대도 보유하지 않았다. 보유 차량 전체가 산하기관 우정사업본부가 보유한 우편업무용 전기차다.

환경부는 전기·수소차 63대를 보유했지만, 이중 수소차는 단 한대였다. 이마저도 구매가 아닌 임차 차량이다.

서울시는 274대(4월 말 기준)의 전기·수소차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를 제외한 수소차 보유대수는 2대에 불과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10만대를 넘긴 반면 수소차는 7000대 수준으로 파악되는데, 인프라를 감안할 때 정부 부처의 수소차 구매 및 보유 비중도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환경부 스스로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수소차 구매를 꺼리는 현실을 토로한 셈이다. 적어도 전기차 뿐만 아니라 수소차 대중화도 이끌어야 할 주무부처가 할말은 아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공공부문의 수소차 보유 대수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공공기관 친환경차 보유 현황(2019년 기준, 단위: 대)/ 산업통상자원부
공공기관 친환경차 보유 현황(2019년 기준, 단위: 대)/ 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2018년 12월 전기·수소차 누적 보급대수를 늘리는 ‘친환경차 보급목표 확대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목표가 35만대에서 43만대로 소폭 증가한 반면 수소차는 1만5000대에서 6만5000대로 4배 이상 늘었다.

정부 중심의 수소차 대중화 드라이브를 기대할만한 수치였다. 하지만 당장 올해 목표로 한 1만100대 보급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환경부에 따르면 5월까지 수소차 누적 판매량은 2995대에 불과하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3차 추경안에서도 수소차는 외면받은 분위기다. 당정은 2022년까지 경유화물차 12만2000대와 어린이 통학차량 2만8000대를 친환경차로 전환키로 했는데, 보조금 편성은 전기차에 국한된 상태다.

정부는 2021년부터 공공부문 신차 구매 비율을 80%로 올리고 단계적으로 100%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 친환경차 보유비율을 2022년까지 35%, 2030년까지 90%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공부문 친환경차 구매를 단순히 전기·수소차로 뭉뚱그릴 것이 아니라 각각의 구매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공공부문 의무 구매 비율을 개별 지정하는 등 전기차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3대 중점육성 신산업 중 하나인 수소차가 전기차에 치중한 육성정책 때문에 소외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