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출연금 단계적으로 50%로 높여야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원장이 예산 확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생기원은 중소기업들이 생산기술 현장에서 겪는 각종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술개발을 돕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최근 마스크 대란 때 연구설비 활용해 MB필터를 공급하는역할을 했다.

이낙규 생기원 원장은 5일 서울 종로구 모 식당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적 기관 운영 방향을 발표하며, 전체 예산 중에서 정부 출연금 비중이 낮아 안정적인 연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 류은주 기자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 류은주 기자
이 원장은 "현재 생기원 예산구조는 정부 출연금이 30%고, 나머지 70%를 외부과제를 수주해서 맞추고 있다"며 "규모있는 출연연들은 보통 정부 출연금 비중이 50%를 넘기지만, 생기원은 규모 대비 출연금이 적어 과기부에도 계속 증액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50%까지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지속해서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래야 안정적으로 기관을 운영하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확대하면서 출연연에 지급해야 할 연구개발비가 삭감됐다. 이와 관련 이 원장은 "생기원도 출연금 삭감이 있었다"며 "당장 시급하지 않은 연구개발 과제와 해외출장을 가지 못해 사용하지 못한 경상비 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삭감돼 감내할 수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기술독립과 제조공정 지능화 적극 지원할 것"

이 원장은 임기 동안 중점 추진하려는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기술 독립 발전을 이뤄내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다. 그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부장 자립 문제가 불거졌듯이, 이번 기회에 국내에 생산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 투게더'라는 프로그램을 사례로 제시했다.

고 투게더는 생기원과 대기업이 함께 연구개발(R&D) 재원을 조성하고 연구에도 참여해 협력사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GS칼텍스, 현대모비스 등이 참여했다.

이 원장은 "중소기업이 제품을 만들면, 대기업이 써주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기술발전을 지속할 수 있다"며 " 중소기업들이 국산화되지 않은 부품 공동 개발에 성공하면 대기업이 써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기업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정부가 돈을 내고, 중소기업도 소정의 비용을 부담하는 등 다같이 상생하는 좋은 모델이다"며 "최근 포스코와 LG생산기술연구원도 참여를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산업공정의 지능화'다. 열악한 현장의 환경을 보완해 줄 수 있도록 맞춤형 지능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스마트 공장은 레벨 1,2,3으로 나뉘는데, 레벨1 수준의 제조공장은 AI 기술에 대해 모르는 곳이 태반이다"며 "공장마다 노하우와 환경이 다르므로, 각 공장에 맞게끔 맞춤형 지능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메인)현장에 있는 직원이 소프트웨어를 공부해야 더욱 제조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실감하는 제조공정 지능화화 도입을 위해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공정라인 지능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생산라인에 있는 사람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며 "제조공정의 지능화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우리 원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노하우와 공정 기술력은 반드시 지켜야 할 국가의 자산이라 생각한다"며 "놓치거나 뺏기거나 포기해버리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