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안전·미관 해치는 전동킥보드에 규제 ‘경고음’
업계 "가이드라인 협의 없는 지자체 선행 조치는 일방적"
일부 업체는 지자체 보조 맞춰 ‘지정 주차구역’ 모델 구축 나서

자전거도로를 달리게 된 전동킥보드가 이번엔 불법 주정차 논란으로 갈팡질팡 길을 헤매고 있다. 업계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지만, 지자체는 전동킥보드가 도시 미관 및 안전을 해칠 경우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겠다는 경고음을 보내는 형국이다.

자전거와 함께 길거리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이광영 기자
자전거와 함께 길거리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이광영 기자
8일 업계 및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모빌리티(PM)를 불법 주정차로 견인할 경우 그 비용을 사용자나 운전자에게 부담하기 위한 조례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차량처럼 견인비와 보관비를 동일 적용해, 업체가 단속 전동킥보드 한대 당 4만원의 견인료를 내면 이를 회수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립한다. 6월 중 입법예고 등 의견청취 후 법제심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동킥보드의 안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용 대상인 원동기 장치 자전거에 대한 견인비용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에 이어 가장 많은 전동킥보드가 다니는 부산에서도 일부 지자체들이 전동킥보드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부산 수영구는 5월 28일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역 인근에 방치된 라임 150대를 수거한 후 라임 측에 과태료 1회 상한금액 150만원을 부과했다. 해운대구도 2020년에만 라임 전동킥보드를 405대 회수해 총 7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수영구는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노상 적치물로 보고 이에 대한 과태료를 ㎡당 최고 2만원에서 7월부터 최고 1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업계는 지자체의 일방적 조치에 불만을 드러낸다. 건물 입구나 인도에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지자체와 업계가 협의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으로 이제야 자전거도로를 달리게 됐는데 지자체의 선행 조치로 업계는 불안감에 떨면서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며 "공유킥보드의 특징인 도크리스 방식을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접어라는 의미"라고 호소했다.

킥고잉 전동킥보드의 전용 거치대 ‘킥스팟’ 이미지/ 올룰로
킥고잉 전동킥보드의 전용 거치대 ‘킥스팟’ 이미지/ 올룰로
일부 공유킥보드 업체는 지자체의 선행 조치에 보조를 맞춰 ‘지정 주차구역’ 모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 ‘빔’은 모빌리티 사업의 미래를 ‘거치대 없는 주차 모델’에서 벗어나 ‘지정 주차 구역 모델’에서 찾고 있다. 모바일 앱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이용자들이 지정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빔은 국내에 정차된 전동킥보드의 안전성 향상과 기기 분실률을 개선할 기능을 차례로 출시할 계획이다.

뎁 강고파햐 빔 공동 창립자 및 CTO는 "빔은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것 만큼이나 비이용자 시민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의 성패는 대중의 수용 여부에 좌우되는데 전동킥보드가 올바르게 주행 되고 주차될 때 비로소 모든 도시 구성원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킥고잉’을 운영하는 올룰로도 지자체나 기업과 마이크로 모빌리티 거점 확보를 위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올룰로는 지난 11월 제휴를 통해 ▲전국 이마트 및 카테고리 킬러 매장에 킥고잉 전용 주차공간 마련 ▲이마트 전기충전소 '일렉트로 하이퍼 차져 스테이션' 공유 ▲이마트 지점에 킥고잉 정비공간 확보 ▲양사 이용 고객 혜택 강화를 위한 공동 마케팅 등을 골자로 하는 협력을 시작했다.

킥고잉의 전용 주차공간인 '킥스팟'은 전동킥보드 거치가 가능한 시설물이다. 질서 있는 전동킥보드 공유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기획했으며 총 6대 킥보드를 반납할 수 있게 제작됐다. 현재 킥고잉 서비스 지역에 도입한 킥스팟은 100곳에 달한다.

서울 송파지역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인 피유엠피, 라임, 빔, 올룰로, 플라잉 등 5개사는 3일 송파구와 간담회 및 안전결의대회도 열었다. 이들 업체는 지하철역 등 보행로 주변 주차질서를 강화해 전동킥보드 이용자와 보행자 안전에 신경 쓸 것을 약속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