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게임 속 ‘전리품 상자’ 같은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 상품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아이들이 도박적 요소에 쉽게 몰입하도록 훈련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7일(현지시각) 영국 디지털, 문화, 미디어 및 스포츠 부서(DCMS)가 피파(FIFA) 등 다양한 온라인 게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확률형 아이템의 도박적 성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게임 오버워치의 ‘전리품 상자’, 열기 전에는 어떤 상품을 받을지 알 수 없다. / 오시영 기자
게임 오버워치의 ‘전리품 상자’, 열기 전에는 어떤 상품을 받을지 알 수 없다. / 오시영 기자
확률형 아이템은 게이머가 어떤 보상을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캐릭터, 장비 등 게임 내 보상을 무작위로 제공한다. 게임 내 임무 수행 등으로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온라인 게임이 별도 과금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조사의 배경은 확률형 아이템의 메커니즘이 어린이에게 도박성 행동을 부추기고, 이들이 자랐을 때 중독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탓이다. 요크 대학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인기있는 게임 중 71%가 확률형 아이템을 채택했다. 10년 전에는 채택 비율이 4%에 불과했다.

그간 확률형 아이템은 제공되는 상품들이 금전적 가치가 높지 않다는 판단으로 도박 관련 법률 및 도박 위원회 등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DCMS 선정위원회는 2019년 제 3자 웹사이트에서 확률형 아이템 당첨금을 현금과 쉽게 교환할 수 있었다는 점과 개발자가 도박 수준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고 할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어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 상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롤린 해리스 도박 관련 피해를 조사하는 여야 의원 그룹 의장은 "확률형 아이템은 사실상 투기 상품으로, 젊은 사람이 도박에 중독되도록 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으로 분류되면 게임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일부 게임은 판매하지 못하게 되거나, 18세 이하 청소년이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게임 내용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일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 상품으로 규정된 탓에 개발자가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에서 배제해야 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