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만 고객 데이터가 볼모" 동분서주하는 싸이월드 대표

김연지 기자
입력 2020.06.12 13:35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 2019년부터 투자·인수처 물색 중
투자 절실한 싸이월드에 IT 업계 "내실 먼저 다져야"
2700만 고객 데이터 볼모로 "투자자·새주인 찾아요"

"투자와 인수라...전제완 대표가 추진하는 새로운 싸이월드 3.0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해요.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새롭게 단장하긴 어려울 겁니다. 인수도 밀린 직원 월급과 임대료, 각종 사업에 들인 막대한 자금 등 관련 빚이 너무 많은데, 그걸 모두 떠안아가면서 인수 의사를 시원하게 밝힐 곳이 과연 있을까요."

싸이월드 전직원 A씨는 한숨을 쉬며 이 같이 말했다. 밀린 월급만 수개월치다. 퇴직금은 꿈도 못 꾼다. 전 대표와 연락은 닿지 않는다. A씨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플랫폼을 위해 청춘을 바쳤다는 생각으로 월급에 미련을 접었다. 지금은 다른 직장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싸이월드
12일 IT 업계에 따르면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가 폐업 기로에 놓인 싸이월드를 부활시키기 위해 투자·인수처 찾기에 분주하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달 말 세금 미납을 이유로 싸이월드를 폐업 처분했다. 담당자 직권으로 인한 처분이었다.

반면 인터넷 기업을 관할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현장조사를 거쳐 전제완 대표의 폐업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자진 폐업 신고를 하지 않는 한 싸이월드가 계속 사업을 할 것이라고 간주했다.

실제 전제완 대표는 약 2700만 회원을 확보한 싸이월드를 살리기 위해 업계서 함께 활동했던 벤처 1세대 인물을 위주로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폐소생술 시급한 싸이월드…골든타임 잡을 수 있을까

다만 전제완 대표의 투자·인수처 찾기가 성공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 동안 쌓여있던 싸이월드 부채 때문이다. 전제완 대표 역시 이를 의식해 싸이월드 몸값을 턱없이 높게 부르고 있는 것도 이유다.

관련업계는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서버 운영과 그간 진 빚 등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 활용될 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싸이월드3.0 재개 등에 활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본다.

전 대표가 프리챌을 운영할 당시 업계서 함께 활동한 한 관계자는 "전 대표가 싸이월드 투자와 인수 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이유는 금액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전 대표가 제시한 금액은 싸이월드가 진 모든 빚을 해결하고도 남을 정도로 인수 기업에게 큰 리스크를 안길 만한 금액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전 대표가 미련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그는 싸이월드로 제기하기 위해 해외 증시 상장을 노리고 있다"며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건 싸이월드가 상장될 능력이 있느냐는 것과 빚 청산에 앞서 해외 증시 상장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 모을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싸이월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전대표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투자자를 찾지 못한 이유다.

전 대표는 2019년 10월 싸이월드 먹통 사태와 도메인 만료로 논란을 겪은 직후 암암리에 싸이월드 매각을 타진했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매각 금액은 200억원~600억원까지 수백억원대를 오갔다. 룩셈부르크 증시 상장을 이유로 가격은 상향조정됐다.

전 대표는 당시 IT조선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 투자 유치에 나섰다"며 "투자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생기고, 매각 절차가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2700만 사용자는 볼모…"욕심 버려야"

관련업계는 싸이월드가 전 대표의 마지막 칼자루라고 본다. 그간 진 빚을 해결하고 싸이월드 3.0 등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볼 수 있는 자금줄인 셈이다. 문제는 전 대표가 투자·인수처 확보에 나서지 못하는 가운데 2700만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데이터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싸이월드 향수에 젖은 일부 네티즌들은 데이터 백업을 요청하는 한편 펀딩이라도 해서 싸이월드를 심폐소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전 대표가 펀딩을 진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2016년 좀비상태였던 싸이월드를 살리고자 와디즈에서 50억원을 목표로 펀딩을 진행했지만 목표치의 7%(3981만6000원)를 채운 채 조기 종료된 전적 때문이다. 와디즈와 크라우디 등 펀딩 업체 문의 결과 양측 모두 아직까지 싸이월드 측으로부터 펀딩 문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 대표 시선은 2700만 고객과 투자·인수금 확보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도메인 만료 당시 고객 데이터 백업을 무상지원하겠다고 나선 한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당시 싸이월드 측은 추가 투자 유치 의지를 드러내며 백업 지원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며 "플랫폼 안에서 고객을 단 하나라도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말했다.

IT 업계는 싸이월드가 투자받거나 인수될만한 내실을 갖췄는지 우선 살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싸이월드 측은 지난해부터 투자 유치와 매각의 꿈을 놓지 않고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번번히 거절당하기 일쑤다. 서비스 먹통, 도메인 만료 등 이슈로 주목받은 것에 비해 별다른 후속 행보가 없었던 이유다.

싸이월드 측과 과거 협력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협력 당시 싸이월드는 기초 체력보다 외관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였다"며 "당시 싸이월드와 체결한 계약서에는 구체적인 기술 요소나 명확한 협력 사항이 적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아무런 협력이 이뤄지지 않은 채 계약이 만료됐다"며 "이건 마치 ‘우리 이런 기업과 협력 중이에요’라는 사실만을 위해 쓴 계약서나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IT조선은 전제완 대표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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