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가격 낮추고 모델 4종으로 다양화
물량공세 위해 부품 주문량 늘려

애플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아이폰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물량공세에 나선다. 제품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멀티 모델’ 전략을 채택해 수요를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보급형 ‘아이폰SE’를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 ‘아이폰12 시리즈’를 4가지 모델로 출시한다.

1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2 시리즈 부품 주문량을 상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하반기 수요를 자신하며 공격적인 계획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아이폰12 시리즈 예상 이미지 / 에브리씽애플프로
아이폰12 시리즈 예상 이미지 / 에브리씽애플프로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애플은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2 부품 주문량을 기존 대비 20% 이상 확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애플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아이폰 부품 주문량을 크게 늘린 것은 2016년 아이폰7 부품 주문량을 10% 확대 요청한 이후 4년만"이라고 밝혔다.

아이폰12 시리즈는 애플이 최초로 선보이는 5G 스마트폰이다. 5G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만큼 출하량 증가를 중점에 두고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모델 수 확대, 가격 인하, 성능 개선 등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힘썼다.

애플은 작년 아이폰11 시리즈를 3종으로 출시한 데 이어 아이폰12 시리즈는 이보다 확대된 4종으로 선보인다. 아이폰12(5.4인치), 아이폰12 맥스(6.1인치), 아이폰12 프로(6.1인치), 아이폰12 프로맥스(6.7인치) 구성이다.

가격 인하 정책은 그대로 이어간다. 아이폰12 가격은 649달러(약 78만원)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이는 2016년 출시한 아이폰7 출고가와 비슷한 수준이며 전작 아이폰11(699달러부터)과 비교해도 저렴하다.
세부적으로 맥스는 749달러, 프로는 999달러~1299달러, 프로 맥스는 1099~1399달러로 추정된다.

애플은 아이폰을 비롯한 하드웨어 매출이 하락세로 접어들자 ‘가성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4년 만에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SE’를 출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아이폰12 시리즈가 5G 지원하고 전작보다 성능이 개선됐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가격 책정이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이폰12 시리즈 예상 이미지 / 폰아레나
아이폰12 시리즈 예상 이미지 / 폰아레나
아이폰12 시리즈 4개 모델 모두 OLED 디스플레이와 A14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할 전망이다. 아이폰11 시리즈는 프로와 프로 맥스 모델에만 OLED가 적용됐다. 전 모델이 5G를 지원하는 가운데 상위 2개 모델은 ‘진짜 5G’로 불리는 밀리미터파(mmWave)를 지원할 예정이다.

저장용량도 커진다. 일반과 맥스는 128·256GB 용량, 프로와 프로 맥스는 128·256·512GB 용량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아이폰11에 있던 64GB 모델은 없어진다. 카메라는 일반과 맥스가 듀얼 카메라, 프로와 프로 맥스는 트리플 카메라와 ToF 센서를 탑재한다.

애플은 오는 9월 아이폰12 시리즈를 공개할 전망이다. 다만 출시일은 명확하지 않다. 9월 공개 후 11월 출시한 아이폰X처럼 일부 모델은 공개와 출시를 분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6월 중 아이폰12 엔지니어 검증 테스트를 마치고 다음 달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업계는 아이폰12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저렴한 가격 책정 덕분에 양호한 판매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6월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부품 업체들의 가동률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하반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 양산이 시작될 아이폰12 판매는 양호할 전망"이라며 "올해 아이폰12 판매량은 약 6800만대로 예상되며 이는 2019년 아이폰11보다 12% 성장한 수치"라고 말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