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 키를 쥔 네덜란드 장비 업체

김동진 기자
입력 2020.06.18 06:00
ASML, 반도체 생산 필수인 EUV 장비 글로벌 유일 공급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 키를 쥔 네덜란드 기업이 있다. 리소그래피 장비 전문업체 ASML이다. ‘리소그래피’란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기법을 말한다.

파장 길이가 13.5나노인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Violet)을 리소그래피 공정에 활용하면 2~5나노 초미세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의 기반인 초미세 공정을 위해 EUV 장비는 필수다. 글로벌에서 유일하게 EUV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ASML이 반도체 기술 패권 전쟁의 키를 쥐고 있는 이유다.

/ ASML
반도체 크기와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미세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세 공정으로 나아갈수록 웨이퍼 한 장당 더 많은 칩을 만들어 낼 수 있어 비용 대비 효율도 올라간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지난 4월부터 차기 아이폰에 탑재할 5나노 기반 모바일 AP 생산에 나섰다. 5나노는 현시점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가장 진보한 공정 기술이다. 이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서 ASML의 EUV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북미와 유럽에 확산한 코로나19로 인해 ASML의 EUV 장비 인도가 늦어지자 아이폰12 출시 지연설이 제기된 바 있다. 5나노 공정을 위한 필수 장비 반입이 늦어지자 TSMC의 애플 향 5나노 칩 생산능력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SK증권 김영우 연구원은 "하이엔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완전 독점하고 있다"며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까지도 ASML의 장비를 구하지 못하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 ASML과 거래는 필수가 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도 첨단 미세 공정을 먼저 적용하기 위해 EUV 장비 도입을 확대, ASML과 거래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을 펼치는 트럼프 행정부는 EUV 장비를 중국이 구매하지 못 하도록 막은 바 있다. 중국은 네덜란드 측에 "ASML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허가하지 않으면 네덜란드와 중국 사이 무역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응수했다.

지난 2018년 네덜란드 정부는 백악관 관료들의 네덜란드 방문한 후 ASML 중국 수출 라이선스 갱신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ASML은 중국에 1억5000만달러(약 1750억원)어치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했다.

격화 양상을 보이는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과 글로벌 미세 공정 경쟁의 중심에서 네덜란드 장비 업체 ASML이 키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ASML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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