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모빌리티 혁신 ‘들러리’만 선 셈
최근 몇년 국내 출시 차량공유서비스 궤멸

승차 공유 스타트업 ‘풀러스’가 유상 서비스를 종료한다. 4월 베이직 사업을 중단한 ‘타다’에 이어 풀러스도 택시 기득권을 보장하는 제도권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했다.

풀러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통과 후인 3월17일 국토교통부가 연 모빌리티 혁신 간담회에 초청받았다. 혁신도 상생으로 풀어내겠다는 국토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들러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과는 처참하다. 기대했던 지원은 ‘먼나라 얘기’였다. 회사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무상 서비스 전환을 택했다.

/ 풀러스 유튜브
/ 풀러스 유튜브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풀러스는 이용자 공지를 통해 "2019년 사회적 대타협으로 인한 카풀 이용 제한 및 코로나19로 인한 유료 카풀 시장이 크게 축소해 전면 무상 서비스로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풀러스는 2016년 3월 설립했다. 카풀 서비스로 인기를 끌어 한때 1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2017년 10월에는 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로부터 22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2017년 11월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선보인 후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쳤다. 서울시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태호 창업자는 이 과정에서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직원 70%가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다.

2018년 6월 회사를 맡은 서영우 대표는 기존 카풀 회원과 데이터를 활용한 AI기반 카풀 매칭 서비스, 포인트제 등을 도입하며 안간힘을 썼다.

풀러스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카풀 합의안 마련 이후 서비스 유지에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3월 정부·여당과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한 대타협기구는 유상 카풀 서비스 허용을 출퇴근시간(오전 7~9시·오후 6~8시)대로 한정했다.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다. 풀러스는 사업모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풀러스는 당시 위모빌리티, 위츠모빌리티와 낸 공동 성명서에서 "대타협기구는 카카오에 향후 모든 모빌리티 사업을 밀어주는 결정을 내리고도 마치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타협을 이뤄낸듯 성과를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훗날 이 합의는 사회 전 영역에서 혁신을 막고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실험하기 두렵게 만드는 대한민국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풀러스는 이후에도 무상 카풀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계속된 악재를 견디지 못했다. 서초경찰서는 4월 서영우 대표와 소속 카풀 드라이버 24명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출퇴근 시간대 외에 카풀 플랫폼으로 유상운송 영업을 했다는 혐의다. 서 대표는 5월 중순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풀러스는 3월 1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한 ‘더 다양하고 더 편리한 모빌리티 혁신 간담회’에도 초청 받았다. 국토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풀러스를 ‘자체 AI 시스템으로 국내 사용자수 1위 카풀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소개했다. 김 장관은 여객법 개정안 시행 전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한 서비스 우선 출시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플랫폼 운송사업 기여금 감면을 약속했다.

카풀 매칭 서비스는 국토부가 추진한 여객법 개정안 취지에 반하는 사업이다. 풀러스는 코액터스, 파파, 스타릭스, 코나투스 등 택시 기반 서비스를 추진한 모빌리티 기업과 달리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을 수 없는 위치였다. 사실상 국토부 보여주기식 간담회의 들러리로 세워진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간담회는 개정안 통과에 따른 플랫폼 운송 사업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의견 수렴을 위한 것으로, 카풀 사업 지원 방안을 논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며 "카풀 서비스의 규제샌드박스 허가는 개정안 취지를 고려하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 간 국내 출시한 차량공유 서비스는 사실상 궤멸했다. 2013년 승차공유 기업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지만 2014년 검찰에 고발당했다. 이후 ‘우버 택시 금지법’이 생기고 우버엑스는 퇴출됐다. 2015년 12월 국내 첫 공유버스 서비스를 시작한 콜버스랩도 규제 장벽에 갇혀 2018년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로 사업을 바꿨다.

장거리 출퇴근자 대상 카풀 ‘위풀’은 택시업계 반발로 초기 자금 10억원을 유치하지 못해 서비스를 무기한 보류했다. 차차크리에이션도 2019년 1월 카풀 서비스 출범을 포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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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장관이 성공사례로 꼽은 ‘풀러스’가 3개월만에 사업 접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