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작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초저유전율 절연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절연체를 활용하면 반도체 회로 간 전기적 간섭을 크게 줄여 ‘소자 미세화’를 구현할 수 있어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돌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현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 UNIST
신현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 UN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신현석 자연과학부 교수팀과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팀, 기초과학연구원(IBS)을 포함하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반도체 집적회로(IC칩)에 쓰일 수 있는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반도체 칩 저장 공간을 확대하고 정보처리 속도를 높이려면, 칩 안에 소자 숫자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더 많은 소자를 넣으려고 소자 크기를 작게 만들면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있었다. 반도체 내부에서 전자를 금속 배선 안에만 머무르게 만드는 ‘절연체’가 전자를 모으는 성질(유전율)이 있어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자가 작아지고 배선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 반도체 소자 집적도를 높이려면, 금속 배선에서 전자 이탈을 막으면서도 유전율은 낮추는 절연체가 필요한 이유다.

공동 연구팀은 기존 절연체보다 30% 이상 낮은 유전율을 보이는 ‘비정질 질화붕소(amorphous boron nitride) 소재’를 발굴·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소재의 유전율은 1.78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지던 2.5 이하 유전율을 보였다.

해당 소재는 기계적 강도도 우수하다. 기존에는 절연체 유전율을 낮추기 위해 소재 안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어 강도가 약해졌다. ‘비정질 질화붕소’는 물질 자체 유전율이 낮아 공기 구멍을 넣을 필요가 없어 기계적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물질은 전자의 이동을 막을 뿐만 아니라 금속 원자가 반도체 영역으로 침범하는 것을 막는 ‘금속 확산 방지막’ 역할도 한다.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유전율 2.5 이하 고강도 신소재를 발견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학계와 산업계 상호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신현석 UNIST 교수는 "연구 성과가 상용화되면 중국 반도체 굴기와 일본 수출 규제 등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소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