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미·중 무역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지원할 것"

김동진 기자
입력 2020.06.26 06:00
이창한 신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한국 반도체 산업이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달 취임한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마주한 가장 큰 현안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뽑으며 이렇게 말했다.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시스템반도체 강화’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이 부회장을 만났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 김동진 기자
-상근부회장 취임 소감은?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에서 많은 반도체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위기 극복에 대한 책임감 또한 무겁게 느낀다.

그간 글로벌 경제위기, 일본 수출규제 등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굳게 자리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저력을 믿기에 이번 코로나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반도체 산업이 마주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라고 본다. 미중 패권 경쟁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 미국은 가장 기술력이 앞서 있고, 중국은 반도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두 국가의 기술력과 시장을 앞세운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업계에서는 공통으로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미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문인력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로 인한 현장의 애로를 적극 발굴·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해외 출장 시 임직원의 격리면제서 발급 지원, 수출 통관 절차 간소화, 관세감면 지정공장제도 지원 확대, 국제 표준화 지원 등을 지속해서 확대·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해외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제품 생산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소부장 자립 외에 협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반도체 산업은 설계부터 제조까지 일련의 과정이 글로벌하게 분업화되어 있다. 협회는 그간 주요 국가가 참여하는 글로벌 협의체인 세계반도체협의회(WSC)와 세계반도체생산국 민관합동회의(GAMS) 등을 통해 자유무역 질서에 기반한 비차별적인 산업 생태계의 중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앞으로도 협의체 등을 통한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국내외 관련 협·단체와 긴밀히 협력해 불확실한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다. 또한 국내 기업이 반도체 장비·소재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있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도록 2, 3차 교역국가와 기업을 적극 발굴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맹추격하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은 2015년부터 반도체 자립화를 위한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수십조원의 자금을 기반으로 산업 전반의 지원 정책을 펼치며 ‘제조업 부흥’을 통한 글로벌 생산 기지화를 진행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중국은 이미 한국 기술력을 넘어섰다고 평가받는다. 정부 지원과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각종 시스템반도체 생산·제조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다. 매년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000여개 이상 기업이 창업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YMTC(양쯔메모리), CXMT(창신메모리), 푸젠진화반도체 등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개발 및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YMTC는 최근 64단 3D 낸드를 개발·생산해 중국 로컬 PC 업체에 보급하면서 시장 진입을 시작했다. CXMT는 2019년 17나노급 DDR4 D램 개발에 성공, 월 2만장 규모 생산능력(CAPA)으로 모바일용 D램 양산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확보한 D램 기술력을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D램은 미세화 기술뿐만 아니라, 공정 기술력과 수율이 시장 진입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 김동진 기자
―시스템 반도체가 취약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메모리반도체 중심으로 이뤄진 정책 지원과 투자로 인해 상대적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 투자가 소홀했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R&D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유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는 달리 반도체 설계기술뿐만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 개발·전수되는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 시스템반도체 1위 국가인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지속적인 R&D와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고급 인력을 확보했고, 한국은 이보다 늦은 80년대 말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고급 설계인력이 시스템반도체 핵심이다. 국내의 경우 정부를 중심으로 인력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는 있으나,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은 무엇인가?

시스템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 중심의 인프라 조성이 가장 시급하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계약학과, 단기 실습교육 등으로는 기업의 니즈를 모두 수용하기에 부족하다. 전문인력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산업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시사한 바 있지만, 중저사양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범부처 차원 지원책이 필요하다. 세액공제, 금융지원 등을 통한 중견 파운드리 역량 확대가 요구된다.

국내 창업 생태계 조성도 요구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시스템반도체 분야 창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설계지원센터’를 개소했는데 이를 지속해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예비창업자와 창업 초기 기업을 대상으로 사무공간, 시제품 제작지원프로그램(MPW),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시스템반도체 분야 산업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 적기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펀드가 필요하다. 올해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가 조성되고 본격적으로 기업에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지만, 펀드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항은 무엇인가?

소부장 기업지원을 통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사업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협회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소부장 분야 글로벌 수요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이 회원사로 있다. 이러한 기업 간 상생협력·동반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유지·확대해 나갈 것이다.

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중국 심천시에 마케팅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거점을 중국을 비롯, 인도, 동남아 등으로 확대하려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중장기 전략도 수립하겠다. 향후 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프리미엄급 제품(EUV공정을 적용한 10나노 이하 D램 등)의 개발과 생산을 확대해 초격차 전략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시장선점을 위한 기술개발과 로드맵 작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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