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클라우드로 이전하면서 기대하는 효과가 있다. 비용 절감이다. 별도 구축 없이 사용한 만큼만 과금될 것이라며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예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막연히 저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클라우드를 무턱대고 사용하면 오히려 더 큰 지출이 생긴다. 한도 없는 법인카드를 긁는다는 비유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 베스핀글로벌은 ‘핀옵스(FinOps, Financial operations)’를 제안한다. 핀옵스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을 계산하도록 설계된 사업 경영 및 애널리틱스 도구다. 개발과 운영을 결합해 처리하는 데브옵스(DevOps)처럼 핀옵스를 도입해 재무와 운영을 긴밀히 결합해 처리해야는 것이다. 또 관련 솔루션과 외부 컨설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대식 베스핀글로벌 매니저를 만나 자세한 전략을 들어봤다.

박대식 베스핀글로벌 매니저 / 이윤정 기자
박대식 베스핀글로벌 매니저 / 이윤정 기자
"클라우드는 저렴하다?"…자칫 배보다 배꼽 클 수 있어

"베스핀글로벌은 핀옵스를 통해 클라우드 비용을 월 2억원 절감했습니다."

박대식 매니저는 핀옵스로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의외의 답변이다. 베스핀글로벌은 MSP 기업이라는 점에서 클라우드 이해와 활용도가 높다. 그런 회사조차도 실제 비용 최적화를 시도하니 연간 24억원이라는 꽤 많은 비용을 줄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매니저는 "개발 패러다임이 데브옵스로 변화한 것처럼 클라우드 사용에도 재무와 운영을 긴밀히 결합하는 핀옵스가 주목받고 있다"며 "내가 만든 리소스가 바로 비용으로 따라오는 만큼 엔지니어 환경에서부터 재무적인 설계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 논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는 지난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핀옵스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는 흔히 비용에서 이점이 많다고 기대한다. 사용한 만큼 과금이 되기에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함께다. 하지만 과금 체계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별로 다르고 복잡하다 보니 자칫 낭비나 비효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 매니저는 "과거에는 서버 하나에 디스크와 스토리지를 함께 구매한 후 끝났지만 이제는 디스크와 스토리지 등을 모두 사용한 만큼 따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며 "최근 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하면서 CSP별로 과금과 할인 혜택이 다르다 보니 비용 관리에 더 어려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자칫 한도 없는 법인카드를 준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는 "최근 고객사 한 곳에서 한달 클라우드 비용이 1000만원 정도인데 3000만원이 넘게 나와 문제가 됐다"며 "살펴보니 한 엔지니어가 테스트를 위해 리소스를 생성했다가 삭제하지 않아 과금이 된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베스핀글로벌 ‘핀옵스’ 서비스 구조 / 베스핀글로벌
베스핀글로벌 ‘핀옵스’ 서비스 구조 / 베스핀글로벌
대기업 고객사, 베스핀글로벌 핀옵스로 47% 비용 절감

베스핀글로벌은 기업의 클라우드 비용 관리 어려움을 없애고 최적화를 제공하고자 자체 상품을 개발했다. 핀옵스 개념 그대로 상품 명칭도 핀옵스로 붙였다.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전문 인력을 제공해 컨설팅도 지원한다.

솔루션은 기업의 클라우드 사용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키트를 제공한다. 클라우드 비용 관리 수준을 알아보는 진단 도구도 함께다. 이후 기업의 사용 목적에 따라 클라우드 운영 고도화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밖에 멀티 클라우드 운영 전략과 핀옵스 교육 등도 함께 제공한다.

박 매니저는 "현재 핀옵스 솔루션에서 머신러닝으로 클라우드 사용을 예측한 후 이상 비용이 생길 수 있을 때 알려주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며 "부서별 필요한 클라우드 비용을 정하고 예산을 넘겼을 때 사용을 막는 기능도 추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모두 올해 안으로 출시할 전망이다.

필요할 경우 고객사에 컨설팅으로 전문 인력도 지원한다. 고객사 모니터링을 넘어 클라우드 사용 분석과 관련 보고서를 제공한다. 클라우드 비용 체계 이해도가 낮은 곳이 주로 컨설팅 도움을 요청한다는 게 박 매니저 설명이다. 클라우드 전담 인력이 없는 곳도 마찬가지다.

박 매니저는 "지난해 핀옵스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한 대기업 고객사의 클라우드 비용을 기존 대비 47% 절감해주기도 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 비즈니스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클라우드 비용을 줄이고자 컨설팅을 문의해오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가트너 퍼블릭 클라우드 MSP 매직 쿼드런트 기업 분포 그래프. 베스핀글로벌은 2020년 한·중·일 최초로 10대 리더 그룹에 등재됐다. / 베스핀글로벌
가트너 퍼블릭 클라우드 MSP 매직 쿼드런트 기업 분포 그래프. 베스핀글로벌은 2020년 한·중·일 최초로 10대 리더 그룹에 등재됐다. / 베스핀글로벌
가트너 매직 쿼드런트 선정 배경에는 ‘핀옵스’가 있었다

베스핀글로벌은 최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퍼블릭 클라우드 MSP 매직 쿼드런트’에 4년 연속 등재됐다. 동아시아 기업 중 유일하다. 올해는 한·중·일 최초로 ‘리더'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리더 그룹에 등재된 곳은 세계 10곳이다. 베스핀글로벌의 핀옵스 사업 전망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가능했다.

박 매니저는 "가트너는 실행력과 비전 완성력 두 가지를 기준으로 매직 쿼드넌트를 선정한다"며 "실행력이 대기업급 고객 사례를 살핀다면 비전 완성력은 미래 전략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스핀글로벌은 비전 완성력에서 핀옵스를 포함한 옵스나우(클라우드 관리 서비스)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베스핀글로벌은 이같은 핀옵스 활약을 토대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핀옵스 개념이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그 개념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다. 기존에 중국과 북미 등지에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는 만큼 해당 지역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SK텔레콤이나 신한DS 등 외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사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핀옵스를 포함한 여러 서비스로 기업 백그라운드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