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는 사람과 유사하다. 감각기관으로 세상을 파악하고, 수집한 정보를 분석할 지능이 있다. 심장과 두 다리는 엔진과 네 바퀴로 대치된다.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 위를 달리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내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하고, 내 주변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한다.
자율주행차가 사용하는 고정밀지도는 운전자를 위한 내비게이션과는 성격이 다르다. 내비게이션은 말 그대로 사람이 목적지까지 차를 타고 가는 경로를 안내하는 이정표다. 반면 고정밀지도는 자율주행차가 세상을 인식하는 기준이자 틀이 된다.
국내 전자지도 개발사 맵퍼스는 고정밀지도를 ‘자율주행용 지도(Map for HAD - Highly Autonomous Driving)’로 설명한다. 이 지도를 통해 자율주행차가 주행제어와 측위를 위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비롯, 적을 찾아내는 색적이 필요한 게임에서는 정찰을 통해 지리정보를 확인하게 된다. 자율주행차도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주행 중 센서로 받아들인 정보를 분석해 주변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센서가 100% 제 성능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계적 고장, 악천후, 거친 도로환경 등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고정밀지도는 하드웨어 센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이규만 본부장은 "센서로 얻은 정보도, 고정밀지도의 지리정보도 100% 정확하다고 말하긴 어렵다"라며 "사전에 정밀하게 계측된 정보(고정밀지도)와 센서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한 주행정보는 상호보완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고정밀지도의 제작과 운용에는 인공지능(AI)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주행 중 영상과 센서 및 라이다로 입수한 정보를 고정밀지도 위에 반영하고, 각종 오브젝트를 인식하고 변화를 탐지하는 일련의 과정은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화가 필수적이다.
고정밀지도에는 여러 정보가 담긴다. 차가 달리는 도로 정보는 선형으로 모델링(레인 모델링)한다. 여기에 건물 등 오브젝트, 신호등, 표지판, 교통정보 등의 위치정보가 더해진다. 단순 위치 이상의 정보도 필요하다. 고도정보나 방음벽, 터널입구, 중앙 분리대 등의 모델링도 추가된다. 커넥티드카 기능 및 정밀한 측위를 통해 자율주행차는 도로 위 차선 위치는 물론 실선과 점선을 구분하고, 표지판 정보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
고정밀지도 제작을 위한 정보수집은 이동식 지도 제작 시스템인 MMS(Mobile Mapping System)가 담당한다. MMS는 도로 위를 달리며 항법, 형상정보, 영상정보 등 다양한 고정밀데이터를 채집한다. 맵퍼스의 경우 MMS 차량에 초당 100만여 개의 레이저를 내보내 현실세계와 거의 동일한 형상의 공간정보를 획득하는 라이다(LiDAR), 실시간으로 위치를 전송하는 GPS, 음영 지역에서도 정확한 위치정보 획득을 돕는 관성측정장치, 360도 촬영이 가능한 4채널 카메라, 주행거리 측정장치 등을 탑재해 운영한다.
이규만 본부장은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아우르는 전 과정을 자체 개발 툴로 진행해왔다"며 "표준정밀도(SD)맵 구축 시 잘 갖춰놓은 시스템 덕분에 고정밀지도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