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은 오프라인 기반 비즈니스 미팅을 차단했다. 감염에 대한 우려 탓에 만남 자체가 불발되기 일쑤다.

K방역으로 코로나19에 대응 중인 정부는 한국 콘텐츠 제작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고자 화상 방식의 수출상담회를 열고 해외 시장 판로 개척을 돕는다. 영상 기반 수출상담회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무역협회 등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스타트업브랜치에서 ‘K콘텐츠 화상 수출상담회’를 개최했다. 수출상담회에는 아마존 재팬을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대형 바이어가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박승룡 본부장(오른쪽)이 해외 바이어에 말을 건네는 모습 / 오시영 기자
박승룡 본부장(오른쪽)이 해외 바이어에 말을 건네는 모습 / 오시영 기자
박승룡 한국콘텐츠진흥원 해외사업본부장은 상담회에 앞서 온라인 기업 간담회를 열고 ‘K콘텐츠 비대면 해외 수출 지원 계획 로드맵’을 발표했다.

콘진원은 1단계로 이번 행사에 더해 ‘DISCOP 아프리카’ 등 온라인 환경으로 전환한 해외 시장 행사에 한국 기업이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해외 비즈니스 센터를 활용해 현지 바이어와 수출 상담할 수 있도록 주선한다.

2단계로는 2020년 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K콘텐츠엑스포’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대상 권역도 넓혀 개최지 시장을 중심으로 지원했던 기존 행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3단계에서는 자체 콘텐츠 수출 마케팅 플랫폼인 ‘웰콘’에 온라인으로 전시 마케팅, 상담, 투자유치, 콘퍼런스 등을 할 수 있는 마켓 기능을 추가해 비대면 비즈니스가 새 일상으로 자리 잡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할 예정이다.

사토시 영화제작부장(아래), 코타 부편집장(왼쪽 위)이 화상 상담회에 참여했다. / 오시영 기자
사토시 영화제작부장(아래), 코타 부편집장(왼쪽 위)이 화상 상담회에 참여했다. / 오시영 기자
이후 기업 간담회에서는 해외 바이어로는 쿠보타 사토시 아마존 재팬 영화제작부장, 슈에이샤 사이토 코타 부편집장이, 한국 기업으로는 CNC 레볼루션 이재식 대표, CJENM 콘텐츠솔루션 콘텐츠사업부 오원석 선임팀장이 참여해 박 본부장 등 콘진원 관계자와 코로나19 시대 콘텐츠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토시 영화제작부장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일본 현지 드라마·버라이어티 수요가 늘었다"며 "특히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넷플릭스 등 플랫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콘텐츠가 굉장히 유행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아마존 재팬은 한국 드라마 2작품 쯤을 일본 드라마화해서 제작할 생각을 하는 상황으로, 한국과 협업한다면 각본, 감독 등 분야에서 힘을 합할 예정이다.

코타 부편집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촬영 계획, 합작 기회가 많이 줄어든 상황으로, 최근에는 주로 교육용 콘텐츠를 많이 제작한다"며 "한국 웹툰이나 ‘기생충’ 같은 영화가 일본에서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식 씨엔씨레볼루션 대표(왼쪽), 오원석 CJENM 콘텐츠사업부 선임팀장
이재식 씨엔씨레볼루션 대표(왼쪽), 오원석 CJENM 콘텐츠사업부 선임팀장
이재식 씨엔씨레볼루션 대표는 15년은 만화, 10년은 웹툰을 제작하면서 25년간 만화 업계에서 일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에는 슈에이샤에 많이 방문하면서 일본 작품을 많이 배웠는데, 최근에는 웹툰을 제작하면서 우리도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일본의 우수한 작품 기획, 제작 비결에 관해 함께 이야기하고 공동제작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원석 CJENM 콘텐츠솔루션 콘텐츠사업부 선임팀장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화상 컨퍼런스콜 시스템을 마련해서 주요 미팅을 화상으로 진행한다"며 "아무래도 전염병 탓에 제작 환경, 광고판매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특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IT 플랫폼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부분에서 세계와 협업하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화상 수출 상담회에 참여해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지역 바이어와 퍼블리싱 전략 등을 논의한 오드원게임즈 한 관계자는 연결 상태, 시차 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화상 상담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외국과 유선, 화상 환경에서 주로 사업을 논의한다"며 "화상 환경은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할 수 있고, 게임 영상을 바이어 개인이 직접 재생해 꼼꼼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통역사, 회의록 작성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한국무역협회, 기존에 연락하지 못하던 다양한 퍼블리셔와 연락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상담회에 참석한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화상 환경에서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