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20년을 맞은 우정사업본부가 ‘위기’다. 우편물량 감소로 해마다 적자가 쌓인다. 보편적 서비스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곳인 만큼 수익을 개선할 뾰족한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1일 우본에 따르면 일반통상,특수통상과 소포를 포함한 연도별 물량은 2011년 이후 계속 감소세다. 출범한 2000년 45억통, 2002년 55억통에 달했던 국내 우편물량은 2019년 34억통로 줄었다.

서울 중앙우체국 / 서울관광재단
서울 중앙우체국 / 서울관광재단
우본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전신은 1884년 설립된 우정총국이다. 체신부, 정보통신부를 거쳤다가 2000년 지금의 명칭인 우정사업본부로 바뀌었다.

우본은 지난해 130년 우정 역사상 첫 파업이 일어날 뻔 할 위기도 겪었다. 우본 공무원 노조, 우정노조, 우체국 택배 노조 등 복수의 노조를 가진 만큼 노사 갈등도 잦다. 우본에서 비용절감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노조와의 마찰이 계속된다. 지난해는 집배원 증원 문제, 올 초에는 우체국 페국 문제로 시끄러웠다.

저무는 우편사업…요금 인상으론 한계

우본이 수행하는 우정사업의 3대 영역인 우편, 예금, 보험 중에서 우편사업의 경영수지 적자가 가장 큰 문제다. 우편사업의 주요 수입원인 일반통상 우편물 이용량이 급감하고, 택배 시장 경쟁 심화로 우편사업 수익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건비와 운영비 등은 매년 증가한다.

우편사업 경영수지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연속 적자인 상황이다. 적자 규모도 2011년 439억원에서 2019년 1115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는 적자가 3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는 특히 디지털 고지서 확대 등으로 우편 사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2019년 기준 전체 전자고지 대상 우편물 889백만통의 58.3%인 519백만통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4727억원의 수익이 2057억원으로 반토막 나는 셈이다.

우편사업 적자문제는 우편사업과 금융사업을 분리한 ‘특별회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별다른 방도가 없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우체국예금 특별회계의 이익금을 통한 우편사업 경영수지 적자 보전의 우선순위를 높여, 우정사업 내부에서 특별회계간 결손의 상호 보전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우본은 국회에서 공론화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골드바 이어 자율주행·로봇 사업…우본의 새로운 시도

우본은 우편 매출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우편 요금을 50원 인상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등기우편 요금도 300원 인상했다.

우편 요금 인상 외에 신규 수익창출을 위한 신상품을 개발도 추진 중이다. 외화현금배달 서비스, 골드바 판매가 대표적이다.

우본
우본
2019년 5월부터 지난 1년간 골드바 누적 판매수량은 7821개며, 판매금액은 227억원을 웃돈다.

우본은 소포상자에도 광고서비스 사업을 추진해 2019년 한해동안에만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코로나19가 절정이었던 지난 3월에만 1083개의 골드바가 팔리기도 했다.

우본은 4차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도 강화한다. 금융 사업에서는 비대면 보험가입 수요에 대응해 스마트보험 전용상품 출시했다. 2019년 말부터 AI 로보텔러 시스템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로봇 팔, 무인 이동 우체국과 드론 배송 등 최첨단 기술도 도입한다. 업계에 따르면 우본은 이달 중 일부 물류센터에서 시범적으로 택배 상하차 업무에 ‘로봇 팔’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팔은 이미 미국 아마존 등 해외 물류센터에서 활발히 사용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된 사례가 없다.

우본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자율주행 이동우체국, 우편물 배달로봇, 집배원 추종로봇 등을 이르면 현장에 시범 적용한다. 2022년까지 우편물 드론 배송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우본 관계자는 "우편사업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