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앞으로 수소차 생산설비 투자 계속 할 것"
니콜라 시총 현대차(21조원) 훌쩍 넘는 25조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일 출범한 범정부 차원의 수소경제 콘트롤타워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해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신규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차를 한대도 팔지 않았음에도 ‘제2의 테슬라’로 주가를 높이는 미국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에 맞불을 놓은 모양새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 두 번째)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수소모빌리티+쇼에서 수소차 생산설비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앞으로 수요가 늘면 투자를 계속 해야 할 것 같다"며 "인프라 투자도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넥쏘 차기모델은 언제쯤 나오느냐는 질문에는 "3, 4년 후 후속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2018년 출시한 넥쏘는 6월까지 7000여대가 팔렸다. 2020년 판매 목표는 1만100대다. 현대차는 일본 도요타와 함께 수소차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85만대, 수소충전소 660기를 확충할 계획이다. 대형화물차와 중장거리 버스까지 보급 차종을 늘리고, 구매 보조금도 늘린다.

정 수석부회장은 국내 수소충전소에 외국산 부품 비중이 60%에 달하는 점에 대해서도 "외국산이 많기는 한데, 국산화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수석부회장의 발언은 현대차가 그동안 수소 생태계 구축에 앞장선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체계적 지원책으로 정 수석부회장의 수소경제 리더십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니콜라 등 해외 수소차 업체의 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정 수석부회장이 니콜라 관련 질문에 말을 아낀 것은 수소 산업 생태계 선점 경쟁이 본격화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6월 30일(현지시각) 기준 니콜라 시가총액은 210억달러(25조2600억원)다. 21조원(1일 기준)인 현대차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었다. 업계에서는 트레버 밀턴 니콜라 CEO의 친환경 수소 생태계 비전이 투자자를 움직인 것으로 해석한다.

니콜라는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저장·충전하는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2023년까지 북미에 수소 충전소 28곳을 보유하고, 수소 또는 전기트럭 5500대 판매할 계획이다. 매출 100조원에 세계 최정상 수소차 기술을 갖고 있는 현대차보다 현재 기준으로 비싼 회사가 된 이유는 이 같은 비전에 있다.

현대차도 수소 전기 트럭을 2023년 본격 양산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다만 지금껏 수소 생태계에 대한 뚜렷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수소경제위 참석을 통해 현대차의 수소 충전소 구축 사업과 태양광발전을 통한 수소 생산 계획도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낸 모습이다.

그는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출범한 글로벌 CEO(최고경영자)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수소위원회에는 BMW와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도 참여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수소경제위 회의에서) 수소 생태계와 기술, 안전 등을 이야기했다"며 "잘 얘기 됐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등 정부에 요청한 내용에 대해서는 "전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많은 말씀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수소모빌리티+쇼에는 세계 11개국에서 수소모빌리티, 수소충전인프라, 수소에너지 분야의 108개 기업 및 기관이 참가했다.

현대차는 전시회에서 수소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응용제품 등을 선보였다. 2019년 11월 북미에서 첫선을 보인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을 국내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와 올해 초 CES에서 발표한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UAM-PBV-허브' 축소 모형물도 전시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