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시장에 손 내민 韓 ICT 기업들
슈퍼앱 통한 ‘내 손안의 금융 생태계’ 조성 박차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잇따라 금거래소를 사들인데 이어 본격적인 상표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음성화된 금 거래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일 특허청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금 거래소를 인수한 아이티센그룹과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그룹)이 최근 특허청에 각각 ‘금방금방’과 ‘한컴GNA옥션’이라는 상표권을 출원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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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센 "폰으로 금 사고팔고 내 악세사리 감정받고"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아이티센그룹이다. 아이티센그룹은 2018년 한국금거래소를 인수하고 1호 사내벤처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KorDA)를 설립했다.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은 전통 방식의 귀금속 시장을 디지털화해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게 목표다. 국내 금 유통시장의 60%를 점유하는 한국금거래소쓰리엠과 밀접한 사업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사는 6월 15일 ‘금방금방’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가상통화 거래중개업 ▲모바일 할인쿠폰발행업 ▲사이버머니 발행업 ▲사이버머니 충전중개업 ▲사이버머니 환전업 ▲상품선물거래대행업 ▲유가증권 차익거래업 ▲유가증권발행업 ▲유가증권중개업 ▲전자화폐 지불거래 처리관리업 ▲전자화폐발행업 등이 목적이다.

금방금방은 금반지와 목걸이 등 금 관련 제품의 감정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비대면 고금(古金) 교환’ 앱 서비스다. 금방(금을 사고 파는 곳)과 행동을 빨리빨리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 ‘금방금방’이 모티브다. 앱을 이용해 대략적인 시세를 확인하고 제품을 택배로 보내면 상세 감정을 거쳐 값이 정해진다. 소비자는 이 금액을 e금 또는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은 앞서 3월 금 거래소의 디지털 버전인 ‘센골드’ 앱을 출시했다. 이 앱에선 시세에 따라 0.0001g 단위로 디지털화된 e금을 거래할 수 있다. e금은 현물 금으로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거래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서 투명성을 끌어올린다.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 관계자는 "상표권은 가상자산 발행 용도는 아니다"라며 "가치를 매긴 금붙이를 e금과 원화(KRW)로 환전하는 과정때문에 가상통화 거래중개업 항목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 밖에도 관련 사업 영역을 보다 넓힐 예정이다. 연간 약 3조6000억원에 달하는 고금 거래를 양성화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제공함과 동시 투명한 금 거래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짝 좇는 한컴 "여러 가능성 두고 BM 검토 중"

한글과컴퓨터그룹은 아이티센그룹이 상표권을 등록한 시기인 6월 중순, 계열사인 한컴위드가 선학골드유 지분을 인수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동시에 ‘한컴GNA옥션’이라는 상표권을 출원했다.

이 상표권은 ▲가상통화 거래중개업 ▲귀속 감정 및 관련 정보 제공업 ▲금융서비스업 ▲기부금 관련 자선서비스업 ▲모바일 및 인터넷 결제 서비스업 ▲모바일 및 인터넷 결제 중개서비스업 ▲미술품·골동품의 평가업 ▲선물거래중개업 ▲신탁업 ▲전자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의 이체·물품 구입·다른 사람에 의해 제공받는 서비스를 가능케 해주는 금융 서비스업 ▲전자지불결제대행서비스업 ▲전자화폐 지불거래 처리업 등 용도다.

금방금방과 직접적인 경쟁인 셈이다. 이를 이유로 일각에선 아이티센의 센골드처럼 금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 플랫폼 용도로 상표권을 출원한 것에 무게를 싣는다.

여기에는 한컴그룹이 그간 쌓아온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된다. 한컴그룹은 금 거래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금 자산의 디지털화 뿐 아니라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신사업을 진행하겠다는 포부다. 그간 한컴그룹은 한컴위드를 통해 그간 정부 인증 사업 등에 블록체인을 접목해왔다. 이러한 블록체인 관련 경험을 금 거래와 접목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금 거래소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대외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금 등 실물자산 거래 보안성과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한컴그룹의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 업계는 IT기업들의 이러한 실물자산 디지털화 시도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Z세대 등 젊은 층은 은행이나 증권사를 직접 방문하는 금융 거래가 아닌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통한 금융활동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IT 기업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금융 관련 슈퍼앱을 만들고 실물자산을 디지털화하려는 이유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IT기업들의 이같은 행보는 금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라며 "이젠 금융도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만큼, 테크핀 시대가 보다 가속화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