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로 고전(古典) 읽기’는 미증유의 사태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고전을 골라서 수회에 나눠 필사하는 캠페인입니다.

이번 주 필사감으로는 일제강점기 작가·언론인·수필가·시인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골랐습니다. 1936년 〈모밀꽃 필 무렵〉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던,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입니다. 서사 방식에서 상당량의 묘사를 사용하면서도 그 수준이 높아 필력만으로 한국 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찬사를 듣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이효석은 아호가 가산(可山)이고 필명으로 아세아(亞細兒), 문성(文星)을 쓰기도 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태어나 평창공립보통학교 졸업,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경기고등학교의 전신, 왼쪽 사진이 고교 시절의 이효석)를 거쳐 1925년에 경성제국대학 예과에 입학해 1930년에 동 대학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평양에서 숭실전문학교,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재임했다. 1936년 10월 잡지 《조광(朝光)》에 발표한 〈메밀꽃 필 무렵〉(오른쪽)은 이효석의 고향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효석은 아호가 가산(可山)이고 필명으로 아세아(亞細兒), 문성(文星)을 쓰기도 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에서 태어나 평창공립보통학교 졸업,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경기고등학교의 전신, 왼쪽 사진이 고교 시절의 이효석)를 거쳐 1925년에 경성제국대학 예과에 입학해 1930년에 동 대학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평양에서 숭실전문학교,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재임했다. 1936년 10월 잡지 《조광(朝光)》에 발표한 〈메밀꽃 필 무렵〉(오른쪽)은 이효석의 고향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 ① (글자수 763, 공백 제외 581)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지 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 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스럽게 날아드는 파리 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치않다. 얽둑배기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 선달에게 나꾸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 봉평장에서 한번이나 흐붓하게 사 본 일 있을까. 내일 대화 장에서가 한몫 벌어야겠네."
"오늘 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 선달이 그날 번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 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여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 필과 주단 바리가 두 고리짝에 꼭 찼다. 멍석 위에는 천 조각이 어수선하게 남았다. 다른 축들도 벌써 거진 전들을 걷고 있었다.

(중략)

"생원, 시침을 떼두 다 아네… 충주집 말야."
계집 목소리로 문득 생각난 듯이 조 선달은 비죽이 웃는다. "화중지병이지. 연소패들을 적수로 하구야 대거리가 돼야 말이지."

"그렇지두 않을걸. 축들이 사족을 못 쓰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나, 아무리 그렇다군 해두 왜 그 동이 말일세, 감쪽같이 충주집을 후린 눈치거든."
"무어 그 애숭이가? 물건 가지고 나꾸었나부지. 착실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그 길만은 알 수 있나… 궁리 말구 가보세나그려. 내 한턱 씀세."


* 단어 풀이
- 나꾸어 보다 : 상대방의 의중을 떠 보다
- 드팀전 : 옷감 파는 가게
- 흐붓하게 : 흐뭇하게
- 화중지병 : 畵中之餠, 그림의 떡


매일 아침, 하루천자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하루천자 캠페인은?

IT조선은 (사)한국IT기자클럽, (주)네오랩컨버전스, (주)비마인드풀, (주)로완, 역사책방, 기억의책 꿈틀과 함께 디지털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하루천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매일 천자 분량의 필사거리를 보면서 노트에 필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지난 필사거리는 IT조선 홈페이지(it.chosun.com) 상단메뉴 ‘하루천자'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두뇌운동! 내가 쓴 하루천자 기록에 남기는 방법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