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임상 막바지…각 정부 물량 확보 ‘비상
英, 유럽 제약사들과 6000만회 분량 백신 확보
렘데시비르 선점한 美 정부, 아스트라제네카에 자금 지원
EU 주요국, 백신 동맹 맺고 아스트라제네카 계약 체결
韓, WHO 공구 행렬 동참·국내산 백신 개발 지원 박차

코로나19 백신 임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은 주로 유망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에 자금을 지원해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자국민 챙기기에 분주하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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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1억회 분 이어 6000만회 추가 확보

6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사노피,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유럽 글로벌 제약사와 총 5억파운드(약 7500억원) 상당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영국 정부는 이들 제약사로부터 6000만회 접종 분량의 백신을 공급받는다. 영국 산업부는 특정 제약사 이름은 거론하지 않은 채 "정부 백신 태스크포스(TF)는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제약사와 백신 접근권을 놓고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백신 구매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옥스퍼드 대학과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하는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도 1억회 접종 분량의 백신 구매 계약을 맺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해외 주요국이 가장 눈여겨 보는 제약사 중 하나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 임상에 한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스타라제네카를 ‘백신 후보물질이 세계서 가장 앞선 제약사’라고 평가했다.

WHO의 이같은 공개적 평가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확진자가 유독 몰리는 국가는 백신 사전 선점을 목표로 아스트라제네카에 지원금을 쏟아 붓는다.

美, 자금력 앞세워 백신+치료제 독점 우려

세계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미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에 자금을 지원한 대가로 3억명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치료제 확보에도 만전을 기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유일한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은 렘데시비르 물량 3개월치(약 50만회분)를 싹쓸이해 다른 국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이는 오는 9월말까지 렘데시비르를 생산하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생산하는 물량의 92%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태세에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4개국은 ‘포괄적 백신 동맹’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 유럽연합(EU) 내에서 사용 가능한 백신을 확보키 위해 아스트라제네카와 4억명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일 평균 200명대를 유지하는 일본이 적극적이다. 일본은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관련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말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인용해 "필요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확실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급량과 공급 시기, 가격 등은 일본 후생노동성과 아스트라제네카 협상을 거쳐 결정된다.

WHO, 한 국가 독점은 "안돼"

선진국 간 백신 쟁탈전이 본격화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 일부 저소득 국가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보급하는 비정부 국제조직 세계백신면역연합(GAVI)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제조, 조달, 관리에 있어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백신 민족주의’다"라며 "자금력을 앞세운 경쟁으로 치달을 경우 상당수의 개발도상국이 백신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WHO는 세계백신면역연합,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손잡고 어느 한 국가가 백신을 독점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백신 공동구매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1년 말까지 코로나19 고위험군 20억명에게 백신을 우선 공급한다는 설명이다.

외신에 따르면 WHO가 백신 공동구매를 위해 확보한 모금액은 6월 말 기준 34억달러(약 4조681억원)다. 공동구매가 이뤄지기 위해선 최소 180억달러(약 21조원)이 필요하다.

韓, 자체 개발+수입까지 투트랙 전략 펼쳐

우리나라는 WHO의 백신 공동구매 행렬에 동참하면서 국산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동구매와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코로나19 대응 기금 조성 국제회의’를 통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국은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하겠다"며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해외에 마냥 기대기 보다는 국내산 백신 개발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서 6월 초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 제 3차 회의 브리핑’을 통해 "올해 안으로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를 확보하고 2021년까지 국산 백신을 확보할 예정이다"라며 국내 기업과 대학, 연구소, 병원 등과 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최대한 신속하게 개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박 장관은 "세계 최초가 아니더라도 국가 책임 아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끝까지 개발해 코로나19를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 도약 계기로 삼겠다"며 국산 치료제·백신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