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비대면이라는 말과 언택트 또는 디지털컨택트라는 말이 일상화됐다.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접촉의 디지털화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 우리 생활이 대부분 변화했다. 하지만 유독 변하지 못하고 논쟁의 중심에 서는 항목이 있다. 바로 디지털의료, 디지털헬스, 원격의료다.

코로나 19상황에서 원격진료 도입 논의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논의된다.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다. 2020년 2월 말 미국 원격진료협회와 의료정보경영햑회 등은 ‘원격진료에 대한 메디케어 적용 확대’를 요청했다. 미국 의회 및 트럼프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

일본에선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이 원격 의료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이다. 라인은 소니의 의료정보 플랫폼 업체인 M3와 공동으로 출자해 합작회사 라인 헬스케어를 설립했다. 라인 헬스케어가 화상통화 기반 원격진료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원격의료는 의료법 제34조 제1항에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의료인이 원격지의 다른 의료인에게 컴퓨터 등으로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는 말이지 의료인과 환자간 원격의료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원격지 의사가 멀리 떨어진 현지 의료인의 의료과정에서 의료 지식이나 기술을 상담하고 자문을 하는 건 현행 의료법상 허용된다. 반면 의사가 환자의 질병상태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환자가 혈압·혈당 등을 자가 측정해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에 전송 하면 의사는 이를 토대로 관찰하고 상담하는 것 또는 의사가 원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등의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여러번 법 개정 시도가 있었다. 제18대 국회에서 정부는 원격의료의 범위를 ‘의사-환자’간 허용하려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2010.4)했지만 원격의료에 대한 논란이 심화돼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19대 국회 때도 정부는 일부 내용을 수정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시 제출(2014년 4월)하였는데 원격의료 확대시 의료영리화 등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됐다. 이는 20대 국회에 재제출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한 채 20대 국회 임기는 만료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원격진료를 반대한다. 의료계는 가장 큰 이유로 원격진료시 시진·청진·타진·촉진이라는 기존의 매뉴얼이 무너져 오진 위험을 높일 수 있고 환자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는다.

또 환자 건강정보가 정확한 규제나 보호 없이 공유될 경우 개인정보가 심각하게 유출될 수 있다는 위험도 지적한다. 또 원격의료가 활성화 될 경우 경미한 증상이나 질병 위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역의원 중심의 1차의료를 약화돼 1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지역 의료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원격진료 3건을 통과시켰다. 중소기업벤처부는 강원도를 원격의료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올해 2월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부 원격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과거 치료 내역이 있는 경우에 전화 상담 및 처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결국 정부는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부작용과 기술발달에 따른 원격의료의 필요성 사이에서 중간지점에 해당하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실험을 시작한 셈이다. 현재 기재부나 산자부도 원격의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다.

생각해보면 원격 진료 결과 오진이 발생했을 때 그 모든 책임을 의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따라서 이러한 책임소재의 문제는 법률 규정을 통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진료 과정에 개입하는 당사자가 많아질수록 문제에 대한 책임 주체를 정하는 일은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선진국 어느 나라보다 잘 발달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나 영국, 일본 사례가 우리에게 답안지가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만일 1차 의료 체계가 붕괴된다면 일부 유럽국가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불시에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생긴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과 우리의 필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될지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을 갖고 원격진료를 바라보게 되는 시기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서희 변호사는 법무법인 유한 바른에서 2011년부터 근무한 파트너 변호사다. 사법연수원 39기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 공정거래법을 전공했다. 현재 바른 4차산업혁명대응팀에서 블록체인, 암호화폐,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전문가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자문위원,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블록체인법학회 이사, 한국인공지능법학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제1소위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