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예비판결서 메디톡스 손
최후 판결은 11월 6일…뒤집힐 가능성 ‘제로’
메디톡스 "대웅제약 도용 혐의 명백히 밝혀졌다"
대웅제약 "이의 절차 통해 판도 뒤집겠다"

대웅제약과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전쟁에서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최종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한다.

(왼쪽부터)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IT조선 DB
(왼쪽부터)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IT조선 DB
6일(현지시각) 미국 ITC는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ITC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은 보호돼야 하는 영업 비밀이지만 대웅제약이 이를 도용했다"며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경쟁의 결과물이며 미국 시장서 배척하기 위해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양사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두고 2016년부터 갈등을 빚었다. 결국 2019년 1월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미국 ITC에 제소하면서 이번 소송이 시작됐다.

당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공정을 담은 기술문서 등을 훔쳐갔다"며 미국 ITC에 불공정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웅제약은 국내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을 뿐 아니라 메디톡스 주장은 자사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함이라고 맞섰다.

예비판결에 엇갈린 운명…최종 판결 뒤집을 가능성은 ‘글쎄’

이번 판결에 메디톡스는 함박웃음이다.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다는 사실이 이번 판결로 명백히 밝혀졌다"며 "이번 판결은 대웅제약이 수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에게 균주와 제조과정 출처를 거짓으로 알려 왔음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ITC가 오판을 했다며 이의를 신청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 측은 "ITC 예비결정은 명백한 오판이다"라며 "ITC는 미국 산업보호주의를 근거로 정책적인 판단을 내린 것일 뿐,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예비판결에서 ITC 행정법 판사 스스로도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균주 절취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했다"며 "논란이 있는 과학적 감정 결과에 대해 메디톡스측 전문가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했거나,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와 허위 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웅제약은 이의 절차에 착수해 최종 결정을 뒤집겠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 측은 "이번 예비결정은 구속력 없는 단순 권고에 불과하다"며 "최종 결정은 11월 ITC 위원회에서 나는만큼 이의 절차에 착수하겠다.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과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 결과를 뒤집겠다"고 전했다.

ITC 최종판결은 오는 11월 6일이다. 미국 ITC 위원회는 최종판결에서 파기(reverse), 수정(modify), 인용(affirm) 등을 결정한다. 위원회 결정이 내려지면 이 결정은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실무적으로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미국 무역대표부에 의해 ITC 최종판결 검토가 이뤄진다. 이 때 대통령이 위원회에 거부의사를 통지하면 통지일로부터 위원회 판결과 수입배제명령 등 관련 구제조치는 그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대웅제약 바램대로 이번 예비판결이 뒤집힐 지는 미지수다. 그간 미국 ITC가 예비판결을 최종 단계에서 뒤집은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이번 예비판결이 사실상 결론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 이유다.

불과 몇 주만에 명암 엇갈린 메디톡스·대웅제약

관련 업계는 이번 예비판결에 양사 명암이 엇갈렸다고 본다. 메디톡스는 불과 몇 주 전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주력 제품 품목허가 취소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이번 판결은 기사회생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게 됐다. 반면 대웅제약은 회사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메디톡스는 이번 ITC 판결을 토대로 국내서 진행중인 민사와 서울지검에 접수된 형사고소 등으로 대웅제약의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관련 혐의를 낱낱이 밝히겠단 계획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제출되면 한국 법원은 물론 검찰에서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ITC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낼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국 ITC에 제출된 여러 증거자료와 전문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더욱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웅제약은 이번 예비판결과 별도로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로부터 4000만달러(약 477억 2000만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미국 사업을 더욱 확장한다는 각오다. 해당 금액은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대비 7.55%에 해당한다. 사채의 표면이자율은 3%다.

에볼루스는 충분한 현금을 바탕으로 미국 내에서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 나가고, 대웅제약은 추후 주식전환을 통한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웅제약 측 설명이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